정부가 보유한 KT(한국통신) 지분 가운데 외국인 한도(49%) 잔여분인 11.8%가 해외에 매각됨으로써 민영화는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KT와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3%의 지분이 마이크로소프트(MS)로 돌아갔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KT와 MS의 사업영역과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할 때 두기업간 제휴가 IT업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만 놓고 보면 이번 전략적 제휴는 한마디로 KT의 광대역 통신인프라와 MS의 닷넷간 통합이다. 이를 통해 KT는 MS의 핵심기술력을 활용,유선전화회사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을 도모할 것이다. 또 MS는 KT의 통신인프라와 4백만명에 달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활용, 야심적인 닷넷전략을 구현하려 들 것이다. 결국 KT로서는 당장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토대를 마련한 것이고, MS로서는 미국내 경쟁기업들이 가뜩이나 경계하는 닷넷전략을 한국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렇게 당사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이익이 맞아떨어진 제휴이겠지만 간과해선 안될 것이 IT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다. 낙관적으로 보면 이번 제휴로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면서 국내 IT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화도 가속화되는 긍정적 측면이 물론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기업과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간 만남부터가 그러할 수 있다. 하지만 MS의 의도에 따라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도 않다. 양사간 제휴사업으로 제시된 인터넷전화,무선인터넷 접속,콘텐츠제공 네트워크,공동브랜드 포털서비스 영역에서 특히 그렇다. 인터넷 전화시장에서 MS의 윈도XP가 지원하는 프로토콜을 KT가 도입하면 시장판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포털이나 인터넷 기업들,다른 통신사업자,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강요받거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내 반MS진영의 논리는 한국에서도 적용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경쟁업체를 배제하거나 선택을 강요해선 안된다. 다른 기술표준의 탄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일도 없어야 한다. 새로운 혁신이 방해받고 경쟁이 위축된다면 이는 국내 IT산업의 발전차원에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앞으로 정부가 주시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