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액신용대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축보다는 소비 우선이란 새로운 생활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는데다 일본계 대금업체와 신용금고 할부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쉽고 편리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5백만원 이하 소액대출 시장규모는 연 20조∼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장 금리가 연 5∼6%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연 1백%가 훨씬 넘는 초고금리를 고객에게 부담시키는데다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대규모 부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일본계 업체의 국내진출 러시 =자금력과 영업력을 갖춘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국내 소액대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99년 국내에 진출한 프로그레스는 국내 할부금융사와 신용금고에서 연 15%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 이를 연 97.2∼1백29.6%로 대출해 주고 있다. 이같은 고금리 영업에 힘입어 작년 4백80억원(9월말 결산)을 기록했던 이 회사의 매출은 올해 1천1백억원으로, 당기순익은 20억원에서 2백98억원으로 각각 1백29%와 1천3백90% 증가했다. 이덕수 프로그레스 사장은 "국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시장은 아직 도입 단계"라고 말했다. A&O 파트너크레디트 등 일본계 대금업체가 진출해 고속 성장중이다. 특히 미국 신용평가사인 S&P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일본 1위 대금업체 다케후지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상당한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강점은 신용 평가에 기반한 간편한 대출 절차.한시간 안에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외국계 업체들의 이 시장 노크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지주회사가 BNP파리바와 손잡고 2백만∼3백만원대의 급전대출 전문사를 설립키로 했으며 씨티은행 홍콩 본부도 한국에 소비자금융전문사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토종 사채업자는 고사(枯死) 위기 =일본 대금업체의 공략과 정부의 대대적인 사채업자 단속으로 토종 업자들은 고사 상태다. 기업형 대금업체인 대호크레디트 이우현 사장은 "연초 3만개 정도로 추산됐던 국내 사채업자의 수가 지난 9월말께 5천개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력과 조직, 마케팅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이 되지 않는데다 정부까지 사채업자 단속을 벌였기 때문이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팀장은 "정부 단속 이후 사채업자들의 제도권 진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사채시장의 큰손들은 서울 S금고 D금고 등을 대상으로 매입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시급한 고금리 관행에 대한 관리.감독 =최근들어 급전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 일본계 업체의 경우 금융이용자보호법이 국회에 제출됐던 지난 6월 연 82.8∼86.4%였으나 11월에는 연 97.2∼1백29.6%로 크게 올랐다. 실질 시장금리가 연 5∼6%대인데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제도권인 신용금고들도 최근 소액대출 금리를 인상, 최고 연 60%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고금리 영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당국의 실질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저신용자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