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러운 유럽의 겨울날씨 속에 찾은 독일 복스베르크의 보쉬 프로빙 그라운드(Bosch Proving Ground).1백15년의 역사와 함께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회사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보쉬(BOSCH)사의 기술시험장인 이 곳에선 여러 대의 자동차가 제법 굵은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종 부품의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일류 기업을 만든다'는 단순한 명제는 여기서도 확인됐다. "보쉬의 경쟁력은 과감하고 꾸준한 R&D(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온다. 작년에만 2천4백건의 특허신청이 이뤄졌다"(볼프강 쿠어 세계영업담당 부회장) 주 35시간 근무제를 감안할 때 근무시간당 1.3건의 특허신청이 이뤄지는 셈이다. 세계 50여개국에 1백93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약 20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보쉬의 기술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쉬는 세계 일류기업들 사이에서도 '특허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6백17억마르크(약 35조8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보쉬는 이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39억7천만마르크를 R&D에 투자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풍부하다. 전체 고용인원 19만6천8백80명 가운데 8%에 해당하는 1만6천여명이 연구개발 요원이다. 전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분야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근무인원의 10%를 웃돈다. 이같은 기술혁신 노력은 보쉬가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게 하고 있다. 보쉬는 디젤엔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CRS(커먼레일시스템)와 ABS(바퀴잠김방지시스템) 등 첨단부품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어 부회장은 "지금도 이들 부품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개발에 진력하고 있다"며 "이는 미래시장에서도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만도라는 기업이 그나마 위협적인 기술 경쟁대상이었는데 부도로 뒤처지게 돼 참 아깝게 됐다"는 이 회사 간부의 한마디가 지금도 귓전에 맴돌고 있는 것은 왜일까. 슈투트가르트=김상철 산업부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