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30분.여의도 증권업협회 1층에선 요란스런 행사가 열렸다. 1백평 남짓한 공간에 전광판까지 설치된 단상이 마련됐고 팡파르까지 울렸다. 코스닥 등록 7백개사 돌파를 기념한 행사였다. 기념식에는 오호수 증권업협회장과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등 1백여명이 참석,7백개사 돌파를 자축했다. 1996년 7월 3백31개사로 출발한 코스닥시장이 5년만에 2배이상 성장한 것은 자축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의 장(場)으로서 질적으로 성장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정현준 게이트''진승현 게이트' 등 갖가지 게이트의 무대로 얼룩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분식회계와 주가조작,거짓 외자유치 등이 판치는 투기장으로 변질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스닥 대주주들이 등록된 뒤 '한탕'하고 지분을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급기야 해외법인을 부도내고 사장직을 사퇴하는 사례까지 나타난 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당국이나 시장관리자는 시장을 질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뒤늦게나마 코스닥시장을 건전하고 투명하게 만들겠다며 내년부터 시장퇴출제도를 강화키로 한 점은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몇몇 사례를 보면 부실·부정기업에 대한 시장관리자의 퇴출의지를 의심케 한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난 시스컴에 대해 코스닥위원회가 등록유지를 결정한 것을 봐도 그렇다. 법정관리를 신청중인 테크원에 대해서 등록유지를 결정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요란했던 코스닥 7백개사 돌파 기념행사에 재정경제부 장관이나 금융감독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럴까. 형(거래소)과 같은 키(상장·등록기업숫자)로 자란 아우(코스닥)를 칭찬해주기가 싫어서일까….어떤 증권학자는 2∼3년 뒤 중국의 차스닥시장이 출범하면 코스닥기업이 차스닥으로 이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스닥시장이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7백개사 돌파 축하행사는 경쟁력없는 시장의 양적 팽창에 불과할 뿐이다. 최명수 증권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