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장중 급등락을 거듭하는 곡예를 벌인 끝에 상승 마감했다. 하락과 상승의 번갈이는 지난달 29일 이래 6일째 지속됐다. 장중 710선을 뚫는 초강세를 띠었던 증시가 약보합 마감하는 널뛰기 장세를 따라 환율도 장중 10원이 넘는 급등락을 연출했다. 외국인 주식자금이 7개월 보름여중 가장 큰 규모였지만 실질적인 물량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탓에 장중 영향력이 줄었다. 하이닉스반도체 관련 충당금수요나 결제수요가 상당부분 있었으며 시장에 물량이 부족한 탓으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적극 이뤄졌다. 얇은 시장에서 포지션 정리에 따른 극도의 혼조세가 연출됐다. 이날까지 이틀간 6,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자금이 다음날 하락 압력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270원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나 달러/엔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원 오른 원에 마감했다. ◆ 외인 주식자금 공급규모 관건 =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에 따른 공급 요인이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제반 여건보다는 수급 상황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이 달러매도초과(숏) 상태였던데다 오전중 충당금수요가 끝났다는 루머가 돌았던 것이 과도한 숏포지션을 유도했다"며 "이렇게 되면 1,270원을 전후한 레인지로 다시 돌아온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대는 하락쪽으로 가 있으나 수급이 결국 환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며 "내일은 외국인 주식자금이 달러되사기 물량으로 소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충당금 수요가 시중 물량을 꽤 많이 흡수했으며 의외로 주식자금이 안 들어왔다"며 "내일은 달러/엔을 살펴보면서 주식자금과 네고물량이 얼마나 나오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일 주식이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1,270원을 깨긴 다소 어렵고 위로는 1,276원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부족한 달러 공급 = 이날 환율 상승을 이끈 것은 시장에 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따른 달러되사기(숏커버)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전중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와 주식자금의 공급을 예상하고 달러매도초과(숏) 상태를 유지하다가 의외로 물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포지션이 꼬이면서 환율을 급하게 끌어올렸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396억원, 247억원의 주식순매수로, 올들어 지난 4월 19일 7,258억원이후 가장 큰 매수규모를 기록했다. 달러 공급요인이 축적됐지만 이 자금의 실제 공급이 적을 것이란 분석으로 달러매도 심리가 누그러들었다. 수급상황이 따라주지 않자 지표상의 부담은 크지 않은 셈. 하이닉스 출자전환 관련, 충당금수요는 이날중 1억달러를 넘었으며 결제수요도 정유사를 중심으로 꽤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고점을 높일 때마다 네고물량을 내놓기도 했으나 시중에 물량을 채우는 데 그쳤을 뿐 적극적인 하락을 이끌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8분 현재 124.65엔을 가리키고 있다. 전날 뉴욕에서 124.14엔으로 지지됐던 달러/엔은 이날 오전중 123.76엔까지 떨어졌다가 아오키 건설의 부도 소식이 엔화를 약세로 몰면서 장중 4개월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일단 124.60엔대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나 125엔대로 추가 상승한다면 달러/원에도 자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40원 낮은 1,268.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부터 증시 여건 등에 의한 강한 하락 압력을 받으며 9시 51분경 이날 저점인 1,263.80원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저가 매수세를 업고 차츰 레벨을 높인 환율은 주로 1,265원선을 거닐다가 오전장 막판 1,266.50원까지 올라선 끝에 1,266.2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1.30원 오른 1,267.5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증시의 하락반전으로 달러되사기가 촉발, 1시 42분경 1,272.5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물량공급으로 1시 48분경 1,269.50원까지 반락했던 환율은 달러가 없는 상황을 반영, 3시 23분경 1,274.20원으로 거듭 고점을 높였다. 이후 환율은 대체로 1,273원선에서 옆걸음치다가 4시 14분경 이날 고점인 1,274.50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74.50원, 저점은 1,263.80원으로 변동폭은 10.70원.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2,6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1,7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260달러, 2억3,760달러가 거래됐다. 7일 기준환율은 1,268.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