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외국계 금융사를 포함한 국내외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존 금융부문을 전면 재편성, 사실상 금융전업그룹을 지향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동부는 현재 손.생보 증권 신용금고 캐피털 등 6개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부화재를 뺀 다른 금융사는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쪽에 진출, 그룹내 금융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4일 "금융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가능하면 성장 가능성이 큰 금융사를 인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행 인수방침도 이같은 그룹측 전략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은행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있다. 동부는 반도체 경기 침체로 동부전자의 투자재원을 확보하는데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동부의 서울은행 인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융계열사중 자금 여력이 있는 곳은 그나마 동부화재 동부생명 정도다. 올 9월말 현재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의 총자산은 2조9천8백억원과 5천억원대여서 서울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기에는 힘에 부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동부그룹이 해외 금융사와 국내 우량 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하려는 것도 이같은 내부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부는 일단 서울은행 지분을 4∼5% 가량 확보한 다음 대기업에 대한 은행 지분한도 등 규제가 없어지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그동안 동부전자가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접촉해온 자본력이 있는 해외 투자자들과 다각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들 해외 투자자중 2,3곳을 서울은행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시키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부그룹 고위관계자는 동부전자 외자 유치와 금융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해 미국 출장중에 있다. 동부그룹이 금융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은행사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재편작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