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대의 경제도시 호치민시.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한번씩은 들르는 쇼핑명소가 있다. 베트남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인 '다이아몬드 플라자'와 재래시장인 '텍스마트'가 그곳이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1999년 포항제철이 완공한 현대식 구조물이다. 드봉 라미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이곳은 한국의 지방 중소 백화점을 연상시킨다. 텍스마트는 의류 잡화 등을 주로 취급하는 재래시장.한국의 동·남대문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쇼핑환경'을 놓고 보면 텍스마트는 다이아몬드 플라자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쇼핑하려면 12월에도 2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외국인만 보면 몰려드는 잡상인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곳 젊은이들이 텍스마트보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를 즐겨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중소 백화점에 불과하다. 취급품목의 질은 선진국 유통업체들의 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실제 이곳을 찾은 외국인의 상당수는 30분이 채 되지 않아 매장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텍스마트는 다르다. 시간이 모자라 사고싶은 물건을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 '쇼핑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베트남에 공장이 있는 유명 브랜드의 재고품을 정상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단순히 가격만 싼 게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베트남인들의 삶의 향기를 코앞에서 느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명보다는 문화를 찾는다'는 요즘의 관광객들은 조악한 수준의 백화점보다는 재래시장에 더 쉽게 빨려들어간다.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규모나 제품의 질에서 베트남과 비교할 바 아닌 동·남대문시장이 외국인에게는 날고 긴다는 유명 백화점보다 더욱 매력적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월드컵 열기로 전세계가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범국가적 차원에서 동·남대문을 한국의 얼굴상품 시장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성을 베트남에서 절감하게 됐다. 호치민=송종현 생활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