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개인의 외환거래 자유화를 골자로한 제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 이후 기업과 개인들의 불법외환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규모는 2조2천1백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한햇동안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규모를 56.5%나 웃도는 수준이다. 적발된 외화밀반출 규모가 이 정도라면 적발되지 않은 외화밀반출도 상당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외환거래 수법도 다양해져 휴대 밀반출이라든가 환치기,가격조작,무역가장,채권미회수 등의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대개 개인들은 중간브로커를 동원한 환치기 수법을 많이 이용했고 기업들도 가격조작이나 수출대금 미회수와 같은 종전의 방법을 많이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불법 외화밀반출이 많은 것은 양면성을 지닌 두가지 요인으로 풀이된다. 일단 정책당국의 주장대로 외환위기 이후 내국인의 불법 외환거래와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자금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외화전산망 가동을 비롯한 외환감시기구 설립 등 국세청 한국은행 관세청 같은 외화거래 관련 기관들의 협조를 통해 적발된 외화밀반출 규모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문제는 비교적 자유로운 외환거래 여건에도 불구,불법 외화밀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최근 문제되고 있는 공적자금의 해외유출처럼 외환거래때 세원이나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불법적으로 외화를 밀반출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초 제2단계 외환자유화조치 이후 개인들은 1만달러에서 5만달러 미만의 외화를 세관에 신고한 후 반출할 수 있고 5만달러 이상의 외환거래도 한국은행의 확인만 거치면 반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불법적인 외화밀반출과 함께 조세회피지역(tax-haven area) 등을 통한 돈세탁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정치자금이나 공적자금 등도 상당규모 불법적인 외환밀반출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같은 불법적 외화밀반출의 증가는 그만큼 우리 경제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싸움이라든가 기업환경 악화로 국민들과 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신호라 볼 수 있다. 결국 외화밀반출이 많은 나라는 국가통제시스템이 취약하고 사회기강이 흐트러져 대외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으며 후진국의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시에 외화밀반출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손에 의해 한국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의미다. 경제적으로는 외화가 밀반출되는 과정에서 환율이 상승한다든가 주가가 떨어져서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국민화합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최근처럼 굵직굵직한 비리사건이 터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부담이 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다른 분야와 달리 외화밀반출에 대한 대책은 원론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잘 살고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하루 빨리 만들어서 외화밀반출의 필요를 못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정치권을 비롯한 모두가 합심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의 과제다. 문제는 이 방안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홍보를 강화해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불법적인 외화밀반출은 예외없이 적발되고 상응한 처벌이 가해질 수 있도록 철저한 감시망과 인접국가와의 긴밀한 공조제체 확립이 필요하다. 사후적으로도 외화를 불법으로 밀반출하다가 걸리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불법 외화밀반출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제재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