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중인 조선족(중국동포)들 사이에 일확천금을 노린 다단계 판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어렵사리 한국에 들어왔으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거에 목돈을거머쥐려는 조선족들이 다단계판매업체 회원으로 가입한 뒤 같은 조선족을 상대로물품판매와 회원가입에 나서고 있어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서울조선족교회 등 조선족 관련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중반부터 국내체류조선족들 사이에 다단계판매 유행이 불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약 250여명이 다단계판매에 전업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매일 10여명 이상의 조선족들이 가입상담이나 판매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강남의 모 다단계회사에는 조선족 전담부서가 마련될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있다. 다단계판매가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는 연고와 인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다단계판매업의 특성상 국내에 마땅한 연고가 있을리 만무한 조선족들이 팔지도 못할 물건을 그대로 떠안거나 무리하게 동료들을 상대로 강매 및 회원가입 강요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체류 4년째인 이모(50)씨는 "지난 7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에 넘어가다단계업체 회원으로 가입해 420만원을 내고 정수기, 생필품 등 물건을 받았다"며 "결국 절반도 못팔아 나머지 물건을 그냥 떠안게 됐고 이후 다단계판매를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식당 종업원인 조선족 김모(36)씨는 "최근들어 아는 사람들로부터 물건을 사달라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부탁을 자주 받고있다"면서 "회원을 유치할 때마다 수십만원의 할당금을 받게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족교회에는 거의 매주 한 두건씩의 다단계판매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고대부분이 금전적 피해와 강매 등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조선족 전문지 동북아신문의 최황규 목사는 "지난달에는 가리봉동 조선족타운에서 다단계판매가 원인이 돼 조선족들간에 주먹이 오가는 일도 있었다"며 "최근 조선족들 사이에 이른바 3D직종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큰 돈을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다단계판매에 빠지고 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