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들은 은행에 대해 문턱이 너무 높다고 줄곧 비난해왔다. 고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주면서 절차는 왜 그렇게 까다롭냐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도대체 한국에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어디에 있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청이 금융기관의 신용지원 실태를 파악해보니 농협중앙회의 경우 중소업체에 순수 신용으로 2조7천2백억원이나 지원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은행 대구은행 등도 순수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선 담보를 요구하기보다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라고 일선 지점장들에게 강력히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덕분에 하나은행은 전체 대출의 52%를 신용으로 대출해주는 보기 드문 성과를 거뒀다. 신용보증기금도 이에 못지 않다. 이종성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담보가 부족한 영세업체들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지원업체를 늘리는 길 뿐"이라고 강조하고 13만개이던 지원업체수를 2년만에 28만개로 늘리는 개가를 올렸다. 이들 은행은 문턱이 너무 높다는 중소·벤처기업계의 비판을 솔직히 수용하고 변신의 기회로 삼은 것이 바로 이런 성과를 거두는 계기가 됐다.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은 이처럼 스스로가 변신과 혁신을 거듭하는 금융기관의 노력을 격려해주기 위해 28일 중소기업청 과천청사에서 '2001년 금융지원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시상식에선 이한동 국무총리 등으로부터 87명의 금융지원관계자들이 상장과 꽃다발을 받았다. 훈장과 표창을 받은 은행장들은 꽃다발을 안은 채 한결같이 "이제 중소기업과 금융기관은 절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고 동반자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은행장들의 이같은 지적이야말로 앞으로 중소기업과 은행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소기업이 흥해야 은행도 흥한다는 관점에서 보다 많은 금융상품들이 개발돼야 할 시점이다. INNO-BIZ(혁신기업)자금지원 등이 바로 그런 상품이 아닌가 한다. 이치구 중소기업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