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魯馨 < 고려대 교수 / 통상법연구센타 소장 > 중국과의 마늘분쟁이 작년 6월 처음 제기된 후 세번째 라운드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두번째 분쟁을 해결하면서 한국은 중국산 마늘의 일정 수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농림부 등에 따르면 올해 수입해야 할 중국산 마늘 3만3천7백28? 중 정부의 의무수입물량 1만2천5백33?은 지난 10월15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당 6백45달러 조건으로 모두 수입했다. 그러나 9월말 현재 민간부문은 의무수입물량 2만1천1백95? 중 불과 18%에 해당하는 3천8백여?만이 수입됐다. 그 결과 올해 우리 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할 마늘 중 50% 정도가 아직 소화되지 못해 마늘분쟁이 재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마늘에 대해 중국은 다른 국가로 수출되는 마늘보다 2배나 되는 ?당 12만원의 수출부담금을 부과하고,신선마늘의 경우 ?당 6백달러 미만인 경우 통관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결과 중국산 수입마늘의 가격이 ㎏당 1천2백원이 넘어 9백원선의 국내산보다 무려 33%나 비싸지게 되고,이로 인해 민간업체들은 중국산 마늘의 수입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지난 11월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가입이 승인되어 오는 12월11일 1백43번째 WTO회원국이 된다. 중국의 WTO 가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의는 중국이 WTO규범의 적용을 받게 되어 중국과의 통상관계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되는 점이다. 이 점에서 이번 한·중 마늘분쟁의 해결은 WTO규범의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마늘에 대해 2배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사실이라면,WTO규범에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WTO의 가장 중요한 규범체계는 상품무역에 적용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다. GATT에서 가장 중요한 법원칙은 I조에 규정된 최혜국대우다. 최혜국대우는 상품에 대한 관세부과 등의 대우를 그 원산지에 따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산 자전거에 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일본산 자전거에도 동일하게 5%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마늘에 대한 부담금이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이는 GATT I조의 최혜국대우를 위반하는 것이다. 원래 한국은 중국산 마늘의 수입급증으로 야기된 국내 마늘농가를 보호할 목적으로 WTO세이프가드조치협정에 따라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한국의 휴대폰 등에 대해 50배의 가치가 넘는 보복조치를 발동했는데,한국은 2000년부터 3년 동안 총 10만1천1백76?의 마늘을 수입하기로 합의해 타결했었다. 한국은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마늘의 수입을 제한하려 한 것인데,거꾸로 상당한 물량의 수입을 약속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산 마늘의 일정량 수입을 보장해 주었던 것이다. 중국은 또 이러한 수입물량의 보장을 이용,한국으로 수출되는 마늘에 대한 차별적인 수출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한국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자신의 재정수입을 키우고 있으니,과연 중국의 상혼을 알 수 있게 한다. 중국과 수교한 뒤 사실상 첫 통상마찰의 식탁에 오른 마늘의 아린 맛이 생각밖으로 오래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정치·군사적 이익과 통상 이익이라는,똑같이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튈 수 있는 난제를 만나게 됐다. 이같은 크고 작은 통상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야기될 것이다. 경제성장을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통상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통상문제를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식의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경제통상문제를 그 자체로 인식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고,이 점에서 통상관계를 규율하는 WTO가 한국에 특히 중요하게 된다. 이번 중국의 마늘문제는 WTO규범에 따라 이성적으로,그리고 분명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wtopark21@hotmail.com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