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lee@kumhoenc.com 한 나라 역사의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가 고건물이다. 프랑스 영국 등 서구사회의 어느 도시를 가든 수백년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건물들간의 조화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서울의 역사가 6백년이나 된다지만 도시의 특색을 보여주는 고건물들은 거의 없다. 현대식 빌딩으로 재건축되어 환경파괴는 물론 그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그나마 서울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던 대표적 한옥 밀집지역인 북촌(가회동·삼청동 일대)도 1991년 한옥보존지구에서 해제되고 99년 신축건물에 대한 층과 높이 규제가 완화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재건축사업이란 건물이 지어진 지 오래돼 구조가 낡았거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을 때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추진되는 재건축사업은 구조적·안전적인 문제가 있어 시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새 건물을 지어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경우가 많다. 급속한 산업화로 주택이 증가하고 상업용 빌딩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으로 인해 우리 역사의 증거물이면서 도시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고건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앞으로는 무차별적으로 재건축되는 현상은 다소 둔화되리라고 생각된다. 서울에는 더 이상 한꺼번에 많이 지어서 분양할 수 있는 땅이 없다. 이제는 건물을 다시 고쳐 사용하는 리모델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산업폐기물 발생문제를 해결하고 고건물을 보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1백년,2백년 갈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지어 역사와 환경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서울에서 6백년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을 보기가 이처럼 어려워서 되겠는가. 우리의 과거 삶과 문화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환경문제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