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가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1995년 첫 선을 보인 후 매년 수요가 크게 늘어 올해 시장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8천억원대의 일반 냉장고는 물론 TV(9천7백억원대) 시장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대수는 1백30만대로 전체 냉장고시장 2백60만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유행은 대형이 많이 팔리고 뚜껑식이 정착되고 있다는 점. 업계에는 홈쇼핑 전용 브랜드가 등장하고 중견업체들이 신규로 참여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제품 인기 =올해 김치냉장고 판매의 가장 큰 특징은 1백80ℓ급의 초대형 용량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99년만 하더라도 70ℓ대의 제품이 주종을 이뤘으나 지난해에는 90~1백30ℓ급 제품이, 올해는 1백30ℓ 이상의 제품에 수요가 몰리는 등 대형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는 신혼부부들의 수요에다 자녀들을 위한 일반 가정의 대형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또 붙박이 형태의 편리성으로 인해 서랍식 제품이 한때 인기를 모았으나 냉기가 빠져 나가 김치의 제맛을 살리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자 최근들어 뚜껑식이 많이 팔리며 정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치냉장고는 탁월한 보관능력으로 김치 외에 음료수 야채 과일 육류 생선 등 보관음식이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트렌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여름철에는 잘 팔리지 않는 비수기 제품이었으나 올해는 여름철부터 소비자들의 구매가 꾸준히 증가했다. 4~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의 신장률을 보였으나 6월에는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과일 야채 음료를 신선하고 차갑게 보관하려는 경향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김치냉장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거기다가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할 경우 약 4개월 정도 원래 상태대로 김치를 먹을 수 있어 4계절 김장이라는 풍속도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전업계의 구세주로 등장 =김치냉장고는 이제 에어컨(1조1천7백억원 규모)에 이어 제2의 가전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일반 냉장고의 경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판매증가율이 정체되고 있으나 김치냉장고는 연간 4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초기인 지난 97년 전체 냉장고 시장의 5%를 차지하는데 그쳤으나 김장철 상품에서 4계절 상품으로 바뀌면서 최근 들어서는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냉장고를 따돌리며 '주객(主客)'이 전도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는 특히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대리점으로부터 주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김치냉장고는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냉장 보관기술이 발달하면서 숙성기능 등 신기술이 개발돼 '여름철에 김장'이라는 신(新)풍속도를 만들어 내면서 수요를 촉진시켰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가전업체들간 경쟁도 치열하다. 만도공조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기존 제조업체들은 초대형 제품을 앞다퉈 선보였다. 주방제품 전문 제조업체인 동양매직도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SK글로벌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인 SK디투디도 중소업체들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청호나이스 해피라인 등 중소업체들도 시장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메이저업체인 만도공조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3개사는 서로 시장점유율이 1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3백만가구 정도가 김치냉장고를 보유, 보급률이 2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