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11주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서며 1,280원선에 진입했다. 환율 변동이 축소된 흐름속에서도 저점을 낮추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1,270원대 진입을 위한 실마리를 잡았다. 심리적으로 강하게 지지되고 있는 1,280원을 깨기 위한 시도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질 전망이나 1,280원 지지에 대한 견해도 나오고 있어 시장심리는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 개장초 최근의 변동성이 위축된 흐름을 유지던 환율은 반등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조금씩 저점을 낮추는 장세를 보였다. 공급 우위에 의한 자연스런 하락 흐름이었다. 환율은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하는 가운데 추가로 이 선을 깨고 내리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체된 흐름이 오래된 터라 이 선이 하향 돌파될 경우 보유물량을 적극 덜어내면서 급락할 가능성도 표명하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70원 내린 1,280.30원에 마쳤다. 지난 9월 3일 1,280.1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 ◆ 1,280원 지지와 붕괴 사이 = 환율은 지난 9월 초 장중 1,270원대를 경험한 이후 1,280원의 견고한 벽을 강하게 인식했다. 외국인 주식순매수의 지속과 역외 매수세 중단이 가져온 환율의 하락 추세는 일단 1,280원에 바짝 근접,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한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선이 무너질 경우 업체 보유물량 등이 손절매도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급락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것. 최근 주가 강세와 함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낫다는 인식도 이에 한 몫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데다 워낙 막혀있던 흐름이 자연스럽게 수급에 의해 내려왔다는 점에서 개입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공급 우위에 의해 1,280원이 깨질 수도 있었으나 달러/엔 급등이 이를 막았다"며 "자연스럽게 수급에 따라 흐르는 장세라 결국은 1,27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 상승과는 성격이 다른데다 엔-원 비율도 10.2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전처럼 1,280원을 막을 가능성은 적어 내일은 1,277원까지 보고 위로는 달러되사기로 말릴 가능성도 있어 1,284원으로 넓게 본다"고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밤새 달러/엔에 큰 변동이 없다면 내일 자연스럽게 1,270원대로 진입하면서 출발할 것"이라며 "업체도 조금씩 물량을 내놓고 있으며 내일 지지선은 전 저점을 핑계로 1,278원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공급 우위, 저점 낮추기 = 수급상 공급우위가 완연했다. 전날까지 이틀간 2,000억원에 달한 외국인 주식자금 가운데 1억달러 이상이 공급됐으며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 업체 네고물량 등이 최소한 3억달러 이상의 공급이 수요를 눌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도 반등이 어렵다는 인식하게 보유물량을 조금씩 덜어내는 움직임도 보였다. 다만 달러/엔 환율이 123엔대로 되오르는 강한 상승세를 탄 것이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를 간헐적으로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56분 현재 123.33엔으로 오름세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이날 새로운 추경 예산안을 다음주 국회에 상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일본 신용등급 하향조정설이 돌면서 엔화는 약세쪽으로 기울었다. 엔화 약세가 크게 진전된 반면 원화는 강세를 보임에 따라 엔/원 환율은 1,038.87원을 기록, 시장참가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과의 수출 경쟁력을 감안한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있는 셈. 국내 증시는 장중 상승과 하락을 번갈아가는 혼조세를 띠면서 약보합권에서 조정됐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밤새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1,286원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한산한 흐름 끝에 1,285.50/1,287원에 마감, 최근의 국내 시장의 정체된 흐름을 이었다. 전날보다 0.50원 내린 1,282.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고점인 1,282.80원으로 올라선 뒤 한동안 1,282원선에서 게걸음만 거닐었다. 11시를 넘어서면서 물량 공급이 커져 11시 59분 1,280.80원까지 저점을 낮춘 환율은 1,280.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81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달러/엔의 상승세를 조금 반영하면서 1,281.50원까지 올라섰으나 추격매수가 따라주지 않자 1시 48분경 1,280.80원으로 내려섰다. 환율은 이후 달러/엔 변동을 좇아가는 흐름속에 2시 57분경 1,281.90원으로 되올랐으나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으로 3시 35분경 1,280.50원까지 내렸다. 이후 1,281원선으로 되올랐던 환율은 장 마감 15분여를 앞두고 추가 물량이 공급되면서 4시 19분경 1,280.30원으로 저점을 다시 낮췄다. 장중 고점은 1,282.80원, 저점은 1,280.30원으로 변동폭은 2.50원으?앞선 이틀간의 1.30원에 비해 변동폭이 조금 확대됐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주식순매도를 보이다가 순매수로 방향을 틀었으나 소규모에 불과,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1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92억원의 매수우위였다. 22일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적극적인 매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4,6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4억9,88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5억7,680달러, 5억달러가 거래됐다. 22일 기준환율은 1,281.5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감소한 70억3,700만 달러, 수입은 16% 준 78억2,200만달러를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7억8,500만달러 적자로 전달 같은 기간의 9억8,900만달러나 지난해 같은 달의 9억8,0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축소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