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진로가 상반된 요인들로 인해 딜레마에 빠져있다. 섣불리 방향타를 잡고 가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다. 한 방향으로 특정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혼재된 변수들의 조합이 쉽사리 기울어짐을 허용하지 않을 눈치다. 시장 참가자의 인식도 묶인 상황에서 이번 주(11. 19∼11. 23)환율은 '여전히 1,280원대'를 주무대로 할 전망이다 지난주에도 1,280원 하향 돌파에 쉽사리 나서지 못한 환율은 지난 4월이후 지켜지고 있는 견고한 지지선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전체흐름은 아래쪽을 바라보면서 레인지를 벗어나 거래범위를 넓힐 수 있길 기대하는 눈치다. 외국인 주식순매수의 지속여부가 환율 하락의 기제로 작용하는 반면 달러/엔 환율의 상승무드, 1,280원선 초반에 대기하는 결제수요 등은 이를 막아서는 방파제다.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주 환율은 1,280원 하향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급등락은 제한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됐다. 딜러들이 예상한 환율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77.56원, 고점은 1,289.11원. 지난 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82.20원이나 고점인 1,287.40원에서 변동이 크지 않은 수치다.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12명의 딜러가 1,270원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으나 일시적일 뿐 이내 1,280원대로의 반등을 꾀하리란 예상이 우세하다. 위쪽으로는 11명의 딜러가 1,290∼1,292원을 반등의 한계로 보고 있다. 대세는 일단 저점을 테스트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1,280원대 레인지에 길들여진 참가자들의 심리는 선뜻 달러매도에 나서기엔 분명한 계기가 있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 수급·변수 혼조세 = 외국인 주식순매수에 따른 달러 공급 요인은 예상보다 시장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달러매도심리를 강화시키곤 있으나 실질적인 물량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 이를 둘러싸고 시장 참가자들간에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으나 일단 외국인의 주식순매수 가운데 일부만 공급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그 비율이 일정치 않아 수급 상황 판단에 상당히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현재 외국인의 원화예금이 가능해져 주식매수대금을 보유중인 원화로 납입하기도 한다"며 "주식순매수가 많아도 물량이 실리지 않아 추가 하락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외국인 주식순매수에 기댄 달러매도(숏)플레이는 일단 한계를 지닌 상태이기 때문 업체들의 보유물량이나 손절매가 나와야 낙폭을 크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수급상 공급우위를 예상하는 것도 외국인 주식순매수에 기인한 것이나 원화나 스왑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다음주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돼도 쉽사리 1,280원을 깰 것으로 말하기 힘든 이유다"라고 말했다. 달러현물을 팔고 선물환을 사는 스왑계약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대거에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어보이고 주식시장도 급락보다는 조정을 보이는 쪽에 가능성을 두고 있다. 환율의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요인도 줄어든 셈. 이와 함께 1,280원선 초반에서 정유사 등 에너지관련업체를 중심으로 한 저가매수세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 하락을 막고 섰다. 1,280원을 확실히 깨고 내렸다는 인식이 설 때 즈음에야 보유물량 털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점매도와 저점매수가 혼재한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순매수는 공급 요인으로, 저가인식에 따른 매수세는 수요 요인으로 각각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달러/엔 환율이 오름세를 지탱하면서 달러/원 하락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 지난주 말 123엔대에 근접하는 흐름을 띠면서 엔/원 레벨도 10.4원대로 내려앉아 은근히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나 연말을 앞두고 일본과의 수출경쟁력을 감안한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는 전망이다. 또 은행의 충당금 수요도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시기가 되면서 환율 하락을 제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