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문제의 본질은 계속된 과잉생산에 있다. 2000년 잠정통계에 의할 때 쌀공급은 총 5백37만톤(국내생산 5백26만3천톤,수입 10만7천톤)인데 비해 쌀소비는 감모분(46만8천톤)까지 합해 5백13만3천톤에 불과하다. 킹의 법칙이 다행히도 역으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가마당 쌀값이 20만원대를 유지했던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5백50만톤의 대풍을 이룬 올해도 쌀값이 20만원대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민간유지는 거의 예외없이 쌀수급 불균형을 쌀소비 증가에서 해결하려 하지만 이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시도다. 왜냐하면 2000년 현재 94㎏이라는 1인당 쌀소비량조차 과다한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미식(米食)민족으로 1970년대 초에는 우리와 같이 1인당 1백35㎏정도를 먹던 대만이 99년에는 55㎏밖에 먹지 않는다(90∼99년 평균은 60㎏).일본의 99년 소비량도 65㎏이다(90∼99년 평균은 68㎏). 3국 간 식생활 수준이 약간의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90∼99년 중 평균 1백8㎏,2000년 현재 94㎏을 실제로 먹는다는 것을 수긍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직 10조원이 넘는 음식찌꺼기만이 그같은 소비량을 설명해 줄 것이다. 사실이 이러하므로 쌀소비 증대를 통한 수급불균형 해소 노력은 연목구어일 따름이다. 내가 내고장 쌀만 사면,남은 제고장 쌀 사느라고 내고장 쌀을 사지 않으므로 소비총량은 늘지 않는다. 60만 대군이 어쩌다 먹는 간식으로 라면 대신 떡볶이를 먹는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60만명이 하루 한끼를 더 먹어 40㎏을 더 소비해도 총량증가는 2만4천톤에 불과한 것이다. 최선의 단기책은 80만톤을 정부와 적십자 기업 등 민간유지가 구매해 북한에 기증함으로써 남의 초과공급,북의 부족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현지 쌀값을 13만원으로 할 때 대략 1조원이면 되니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장기적 대책은 쌀생산을 줄이는 길 뿐이다. 5백50만톤인 국내생산을 4백만톤으로 줄이면 쌀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우선 미작농가 경제를 생각해 보자.공급감소는 가격상승을 가져온다. 25% 감산,25% 가격상승이면 미작농가 총수입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쌀생산 축소로 인한 쌀값 상승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가계지출 중 곡류비중은 3.5%에 불과하므로,쌀값이 25% 올라도 추가지출 규모는 최대 0.9%에 불과하다. 이것도 부담이 되는 집,그리고 쌀소비량이 많은 음식점에서는 잔반이 남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가계 및 국민경제적 낭비를 없애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생산량을 줄이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농약 화학비료 등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업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 경우 수량(收量) 감소를 80%수준(10a당 4백㎏)으로만 막는다면 총공급은 총수요를 충분히 커버한다. 농업노동량은 늘겠지만 농약 화학비료 등의 투입이 줄어 생산원가는 하락하고,대신 값은 크게 상승할 것이므로 모든 미작농가의 경제사정이 일거에 호전된다. 이밖에도 수자원보전문제 산소공급문제 등 환경문제도 크게 개선된다. 맛좋은 무공해 쌀을 1백만㏊의 논에서 4백만톤만 생산하게 되면 미국쌀 중국쌀이 거저 들어와도 우리 미작농가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1백만㏊의 논 중 20%를 차지하는 수리불안전답에서의 쌀생산을 포기하는 길이다. 농민은 생산성 낮은 논을 포기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 재고가 감소하므로 감모분과 보관비가 절감된다는 가외의 이득도 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는 이득이지만,모든 미작농가가 20%의 수리불안전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리불안전답을 주로 가진 농가문제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과,어떤 대체작물을 재배케 할 것이냐 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지만 이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공급이 과다하면 값이 떨어지는 것이 시장원리다. 농산물은 가장 가혹하게 시장원리에 노출된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미작농가와 정부는 당장은 1인당 80㎏ 소비,10년안에 60㎏ 소비를 목표로 생산구조 전환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밖에는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