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남북협상에 대한 반성과 함께,앞으로 남북대화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북한측의 억지주장에 끌려 다닐 수는 없는 일이고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현정부가 정치적인 고려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회담은 북한측이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개최전부터 전망이 밝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9·11 테러사건 이후 취해진 우리측의 비상경계태세를 문제 삼아 서울에서의 회담개최가 안전하지 않다며 회담장소를 금강산으로 옮기자고 생떼를 쓰더니,우여곡절 끝에 회담이 열리자 어렵게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마저 끝내 무산시킨 것을 보면 북한측이 처음부터 이번 회담을 성사시킬 의사가 없었음에 틀림없다.

북한측의 이같은 억지가 현 정부로부터 더이상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한 전술적인 고려에서 나온 것이고 보면 우리측 관계당국은 명확한 원칙아래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문제는 우리측의 대응자세에 일관성이 없고 명분도 약하다는 점에 있다.

순서상 당연히 서울에서 회담이 열려야 하는데도 북한측이 억지를 부리자 막판에 뚜렷한 이유 없이 회담장소를 금강산으로 옮기는데 동의한 것도 그렇고,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일에만 매달리다가 2차 경제협력추진위와 7차 남북 장관급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 하자는 북한측 억지로 인해 끝내 회담이 결렬된 협상과정도 적절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북한측에 휘둘려 명분도 잃고 시간만 끌다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것은,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도무지 원칙도 없고 협상전략도 지리멸렬인 우리측 대표단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본다.

북한당국은 하루가 다르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인식하고 더이상 무리한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우기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벼랑끝 협상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인도적인 이산가족 상봉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북한측의 태도는 불신과 분노만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번 회담결렬을 계기로 그동안의 일방적인 협상자세를 벗어나 이산가족 상봉과 쌀지원을 포함한 대북관계에서 뚜렷한 명분과 일관된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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