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녹색소비자연대 주부클럽연합회 등 각종 소비자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요즘 제품 하자에 대한 제보나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봇물을 이룬다. 한 소비자가 올린 제보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즉각 공유된다. 뿐만 아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매 운동에 동참하라고 호소하거나 특정 기업을 지정해 아예 안티사이트를 만들기도 한다. 소비자들에게 한번 "찍히면" 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인터넷은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이동통신 업체들이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해 내년부터 이용료를 할인키로 한 것은 거세진 소비자 파워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소비자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고객 서비스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들은 매장 곳곳에 '고객의 소리함''고객 의견란' 등을 설치해 소비자들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수렴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매달 일정액의 실비(보통 30만원선)를 제공하고 소비자로부터 품질이나 서비스를 점검받는 '고객 모니터'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도 크게 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고객이 평가한 내용을 직원인사 고과에 반영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의견을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홈페이지에 접수된 고객 의견을 반영한 신제품 '이자녹스 코늄 셀라이트'를 출시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도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에 앞서 인터넷 외식 동호인 단체를 초청해 맛에 대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품이 들어오면 손해가 많지만 회사 생존 차원에서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고 최영재 LG홈쇼핑 사장은 강조한다. 소비자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소비자가 수동적인 제품 구매자를 탈피해 '기업의 주인'이 되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