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웹디자이너 김재우씨(25.대현동). 별명 초록머리. 달라붙는 옷을 즐겨입는 김씨는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 나가 "몸"을 만든다. 외출할 때 향수는 기본. 핸드폰에는 요즘 유행이라는 앙증맞은 똥모양 악세서리가 달려 있다. 이유는 "특이해서". "비싸더라도 독특한 물건을 산다"는 게 김씨의 "쇼핑철학"이다. "개성"을 사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자아가 강하고 새로운 것에 탐닉하는 이들은 "최고"보다 "유일함"에 가치를 둔다. 자기를 표출하는데 열중하는 새로운 소비계층. 마케팅계에서는 이들을 "신소비자"로 분류한다. '남과 다른 나'를 추구하는 경향은 개성있는 외모를 가꾸려는 데서부터 두드러진다. 제일기획의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성형수술도 할 수 있다'거나 '남자가 향수와 액세서리를 써도 좋다'는 사람이 전세대에 걸쳐 5년전보다 두배이상씩 늘었다. '체중이나 몸매에 신경쓴다(36.2%)''몸치장에 드는 돈이 아깝지 않다(23%)'는 응답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관련 산업 역시 급팽창하고 있다. 소위 보디전문점이나 다이어트 산업은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호황을 누린다. 지난 2월 압구정동에 문을 연 마리프랑스(체형교정전문)의 경우 1인당 평균 3백만∼4백만원이 필요하지만 밀려드는 고객들을 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튀는 제품'을 선호하면서 기능보다 디자인을 더 따지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핑크 파랑 체리 등 알록달록한 냉장고 에어컨 TV등이 봇물을 이루면서 '백색가전'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백옥색 옵티마,연하늘색 라비타,레몬색 뉴비틀 등 자동차 컬러도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컴퓨터 역시 디자인이나 색상이 색다른 제품이 잘 나간다. '주문형·맞춤형'상품의 열풍도 같은 맥락. 의류 화장품 가구 재테크 운동상품 핸드폰요금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공히 개성을 중시하는 신소비자의 감성을 공략한 제품들이다. 이러한 경향은 벌써부터 예견돼 왔다.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미국의 페이스 팝콘은 21세기 마케팅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개성주의(에고노믹스:Egono-mics)'를 주요 항목으로 꼽았다. '스타일'이 제품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온 만큼 이에 걸맞은 개성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