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 전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30세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배를 넘어 70,80세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의약의 발달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한 것이나,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는 물 염소소독으로 인한 전염병 예방이다. 9·11 테러로 사라진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허드슨강 건너로 보이는 미국 뉴저지주의 저지시티에서 1908년 처음 실시된 먹는 물 염소소독은 전세계로 확산되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지금 우리는 수돗물을 정수장에서 처리한 뒤 염소로 소독을 한다. 그리고 관망을 통해 사용자까지 오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수질악화를 막기 위해 여분의 염소를 주입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잔류염소(殘溜鹽素)라고 부르는데,수돗물 급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 미생물로부터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지표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가 잔류염소를 수돗물 관리의 중요항목으로 정하고 법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잔류염소는 너무 많으면 냄새가 나고 물맛에 이상이 생긴다. 최근 다시 제기된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을 보면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돗물에서 병원성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면 잔류염소 농도가 충분하지 못했는지,다른 원인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염소소독은 근 1백년 간 학계에서 검증돼 왔다. 때문에 잔류염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잔류염소에 관한 언급 없이 병원성 미생물 발견 유무를 논한다는 것은 사진 증거 없이 산에서 호랑이를 보았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현재 많은 시민들이 수돗물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데,사용하는 수돗물에서 맛 냄새 색도 등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경우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또 정수장에서 관망을 따라 사용자까지 가는 과정에서 많은 양이 누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수돗물 생산과 배수과정 관리,그리고 노후 수도관 교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물을 실시간 감시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수질개선과 불신 해소에 다소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엄격한 처리과정과 검사를 통한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 하더라도,수도관이나 물탱크 저수 과정에서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도관을 바꿔 배수관망에서의 누수와 수질악화를 방지하더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효과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관망에서부터 아파트단지나 빌딩과 같이 개인 소유지에 수돗물이 들어온 이후 물탱크와 건물 내 관망에서의 누수와 수질악화는 건물 소유주가 관리해야 할 사항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용자 측면에서 수돗물관리와 사용수질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자 측면에서 수돗물 수질관리는 일정기간 후 물탱크 청소가 고작인데,건물이나 아파트 단지 내 관리는 관망구조와 물탱크 용량,그리고 사용량 등을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 건물에 유입되는 수질 및 관망과 물탱크를 거친 수도꼭지의 수질을 기초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기술과 제도로는 시민 자신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해 볼 방법이 없으며 관리해 주는 곳도 없다. 특히 가정에 공급되는 물과 사용하는 물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빌딩과 아파트단지,그리고 학교 등에서는 인터넷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고,수질자동 측정기술이 발달하여 수돗물 전과정에 대한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병원성 미생물의 지표가 되는 잔류염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질항목과 물탱크 청소 시기,누수 정도 등을 실시간 확인·관리하는 기술과 제도가 절실하다. ssp@ewha.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