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지난 98년부터 끌어왔던 반독점 소송건과 관련, 타협에 도달했다는 소식이다. 법원의 승인과 다른 원고측 주정부들의 동의가 남아 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이 이번 타협의 주요 배경이고 보면 사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MS가 과연 이를 제대로 실행할 것인지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타협안의 골자는 PC 제조업체에 대한 자사제품 강요 금지, 합리적 라이선스료 책정, 윈도의 독점력을 이용한 경쟁사 차별 금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등이다. 이미 과거에도 제기됐던 내용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소비자나 경쟁사들의 불만이 클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불만이 MS에 대한 제재 강도가 약하다는 데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MS의 약속이행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런 불신이 과거 MS의 행태에서 초래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지난 90년 미 공정거래위원회가 MS의 가격책정과 경쟁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혐의로 조사에 착수한지 4년만에 MS는 합의를 통해 시정을 약속했지만, 이후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사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합의위반으로 제소당한 바 있다. 또 지난 97년 법원이 경쟁촉진과 소비자 선택권 차원에서 윈도와 자사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의 분리버전을 내도록 명령하자 MS는 이를 준수키로 했지만 통합버전에 비해 기능이 불완전한 버전을 제공,지금의 소송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속이 제대로 실행돼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MS사건은 더 이상 미국내 소비자나 경쟁회사들만이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일 만큼 세계적으로 공통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MS의 가격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음을 비롯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MS의 독점적 행태와 관련해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사실만 되새겨 보아도 그러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나라 공정위 역시 이번 일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볼 것이 결코 아니다. 경쟁법의 역외적용은 둘째치더라도 미국이 자국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제시한 최소한의 준칙조차 국내에서 지켜지지 못한다면, IT시장의 경쟁촉진이 보장될 수 없을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공정위의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