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 넘도록 한국의 하늘과 함께 해 온 보잉은 T-50의 활약을 응원….한국의 최신예 국산전투기가 탄생하는 그날을 기원하며…탄탄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첫 출하에 맞춰 미국 보잉사는 31일 주요 일간지에 이같은 문구가 들어간 축하광고를 냈다. 하지만 T-50은 보잉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훈련기다.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을 겨냥한 일종의 구애(求愛)전략으로 받아들여지나 T-50이 경쟁업체인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훈련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록히드마틴은 10월28일 보잉을 밀어내고 미·영의 통합전투기(JSF)사업을 차지한 업체다. 그런 록히드마틴이 개발에 참여한 훈련기의 출하에 대해 보잉이 앞서서 축하광고 세례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가만히 있는데. "경쟁회사의 창사기념식이나 출고기념식에 축하 메시지를 띄우는 것은 항공기 제작업체들의 관례"라고(보잉 홍보대행사 관계자)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다국적 기업들의 냉정한 사업전략을 엿볼 수있다. 총사업규모가 약 2백60조원에 달하는 JSF의 수주전에서의 패배는 보잉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각에서는 보잉이 21세기 전투기시장에서 록히드마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보잉으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F-X사업은 꼭 따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규모가 4조원에 불과하다고 소홀히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적이 이룬 공로까지 돈을 들여가며 축하해 주는 것,이게 바로 다국적기업의 진면목이 아닐까. "보잉은 해마다 한국에서 항공기 날개골격등 1억5천만달러어치의 부품을 구입해주고 있다. 반대로 우리 군에 팬텀기 시누크헬기를 공급한 것을 비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여객기등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점을 강조한다. 보잉이 자신들의 기대대로 F-X사업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