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때문에 긴장 고조를 막아야 하는 과제들을 계속 미룰 수 없다" 통일부 고위당국자가 30일 제6차 장관급 회담을 금강산에서 열자는 북측 요구를 전격 수용키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다. 남북관계를 중단없이 진전시켜나가야 한다는 '큰 틀'에서 볼때 사소한 장소 문제에 얽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3차 장관급회담을 제주도에서 개최한 만큼 어차피 한번은 북측의 요구에 따라 평양 아닌 다른 곳에서 회담을 열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고려한 듯 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설명은 그동안 수차례 금강산 회담 반대를 표명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게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미국의 테러전쟁에 따른 남한의 경계태세 강화를 이유로 이산상봉단 교환을 연기시켰고 각 분야 회담을 '안전성'이 담보된 금강산에서 열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측은 네차례에 걸쳐 전화통지문을 보내 이를 일축했으며 장관급회담을 평양에서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강산 회담을 수용할 경우 북측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꿨으니 "10·25 재·보선을 의식해 강경자세를 보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꼬리를 내렸다"는 한나라당의 비판을 차치하고라도 "매번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북의 요구를 거부하는 듯하다가도 곧바로 받아들이고 마는 정부의 '말바꾸기'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제5차 장관급회담 당시에도 북의 전력지원 요청여부에 대해 "그런 너저분한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가 북측이 평양방송등을 통해 요청사실을 밝히자 "거론했지만 의제로 다루지는 않았다"고 변명했다. 또 쌀 지원에 대해서도 "대표접촉에서 슬쩍 언급한 정도"라고 했으나 지난 10일 40만?의 식량지원방침을 밝히면서는 "북측의 공식요구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번에도 정부는 "그동안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계속된 '말바꾸기'가 오히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통일부 당국자들은 진정 모르는 모양이다.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