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1일)부터 일본 도쿄 빅사이트전시장에서 참 독특한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의 이름은 "경영혁신페어"다. 틈만 나면 "기술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쳐오던 일본의 벤처기업들이 느닷없이 이렇게 경영혁신을 주제로 행사를 개최했다. 왜 갑자기 일본이 이처럼 경영혁신에 눈을 돌리게 됐을까. 이의 발단은 그래피카 간쿄 튜브파이버 등 첨단기술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맥없이 쓰러져 가면서부터였다. 특히 튜브파이버는 자사의 광통신활용기술에 투자하겠다는 벤처캐피털들이 줄을 이었는데도 끝내 망하고 말았다. 기술은 좋았지만 3년간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자 은행에서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이같이 기술은 앞섰지만 경영판단의 잘못으로 수익을 내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가 최근 2천여개를 넘어서자 일본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 경제산업성과 중소기업청은 급히 중소기업경영혁신법을 제정,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 경영혁신법에 의한 지원책의 핵심은 무척 간단하다. 벤처기업이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거다. 일본중기청은 3년이내에 영업이익률을 9%이상 높이겠다고 계획서를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돈을 보조해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어 경영혁신으로 성공한 기업을 뽑아 이를 자랑할 수 있는 장터를 마련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부터 열리는 "경영혁신페어"다.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제조 정보기술(IT) 서비스등 분야에서 마이크로아쿠아 테크마노 베스트시스템즈 등 1백75개 기업이 참가한다. 재미있게도 이번에 발표되는 혁신사례는 너무나 다양하다. 메디스는 유통부문 혁신을 선보이고 아이디에스는 IT부문 경영혁신사례를 발표한다. 역삼각형 조직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틈새시장을 겨냥해 대거 수익을 낸 기업도 등장한다. 그래서 일본중기청은 이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를 "십사십색(十社十色)"으로 내걸었다. 경영기법은 십사십색이지만 목표는 단한가지다. 바로 이익을 많이 내자는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이란 "수레"는 기술과 경영이라는 두가지 바퀴가 있어야 달려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바퀴중 어느 한쪽이 작으면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아무리 달려봤자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꼭 일본정책을 본받을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도 이 십사십색의 경영혁신정책을 검토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왜냐하면 올들어서만해도 스스로 벤처기업임을 자랑하던 기업중 약 9백여개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중 기술이 모자라 부도를 낸 기업은 거의 없다. 한결같이 자금관리를 잘못하거나 판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해 망하고 말았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십사십색의 경영혁신 없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