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외국기업의 중국투자에 변화가 일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중국을 연구개발(R&D)및 국제경영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을 글로벌 경영네트워크에 편입시켜 세계 시장 전략의 한 축으로 승격시키려는 취지다.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대(對)중국 투자의 새로운 패턴이 형성되고 있다. 첫째, 기존 투자 프로젝트의 조정이다. 서방 기업은 증자 인수·합병 매각 등을 통해 기존 중국사업을 재조정하고 있다. 증자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가 하면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있다. 임가공 등 단순 제조업분야 투자는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원재료 가공분야 투자가 늘고 있다. 셸과 바스프가 각각 40억달러,26억달러를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한 게 이를 말해준다. 기술집적 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대만기업이 투자한 상하이(上海)의 장장(張江)반도체, 모토로라 노키아 등의 통신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지식형 서비스'분야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계 보험회사인 AIG는 4개 독립 보험회사를 중국에 설립, 금융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또 까르푸 월마트 마크로 등 주요 대형 할인매장 유통업체가 중국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둘째, 중국을 글로벌 소싱(구매) 단지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제품의 질이 향상되면서 이를 사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는 지난 5월 베이징에서 '2001 중국 부품 및 원재료 구매 교류회'를 열었다. 이 교류회에 일본 주요 기업들이 대거 중국제품 구매에 나서기도 했다. 도시바는 작년 컬러TV 생산라인을 다롄(大連)으로 이전, 다롄 제품을 일본으로 들여가고 있다. 셋째, R&D센터의 중국 설립이다. 서방 선진 기업들은 R&D기능을 중국으로 이전, 중국실정에 어울리는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풍부한 고급 연구인력을 활용하자는 차원도 있다. 미국의 GM이 최근 상하이에 자동차기술센터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벨 마이크로소프트(MS) 지멘스 등도 R&D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역시 베이징에 통신 및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발족, 모두 1백여명의 연구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넷째, 중국측 파트너를 기존 국유기업 중심에서 사영기업 위주로 옮겨가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사영기업을 사업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등 사영기업이 발달한 지역을 찾는 외국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이 타이저우에서 개최한 '다국적기업-중국 사영기업 교류회'에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대거 참가, 눈길을 끌었다. 다섯째, 투자방식이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지분을 매입, 경영권을 사들이는 방식이 눈에 띈다. 스웨덴 ABB는 최근 저장성 사영기업의 주식을 56% 획득했다. 프랑스 알카텔은 상하이벨 지분 50%+1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방식은 향후 외국투자의 주요 형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국기업은 이같은 선진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저임을 노린 단순 제조업 분야 투자가 많고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투자에도 약하다. 이로 인해 서방 투자기업과 중국기업에 치여 중국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은 선진 외국기업의 중국투자 패턴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리=한우덕 베이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 ◇이 글은 왕즈러(王誌樂)중국대외무역경제합작부 다국적기업연구센터 소장이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사무소 주최로 열린 '중국경제 월례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