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설립·운용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의 일부 대출금리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높은 것을 놓고 단순히 시장금리 하락세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다룰 일은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아파트 채권입찰제가 폐지되는 바람에 조달금리가 높아진데다, 필요 이상으로 확대된 공공부문의 역할을 경제여건이 달라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려다 보니 빚어진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주택기금의 조달 운용 관리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한바 있다. 조달자금의 3분의 1 이상을 시장금리로 끌어쓰면서 민간건설업체의 중대형아파트 건설에 저리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그렇고,건설업체 부도로 인한 대지급 또는 아파트 분양보증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엄청난 금액을 축내는 것도 하루빨리 시정해야 할 일이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정치권에 청탁을 하는가 하면,심지어는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공사는 하지 않고 회사를 고의로 부도내 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까지 일어날 정도로 기금관리에도 허술한 구석이 많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건교부가 주택수급을 시장자율에 맡기지 않고 해마다 주택분양물량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주택기금을 동원하는데 있다. 소형아파트 의무건설비율이 채찍이라면 기금지원은 당근인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은 지나치게 확대된 공공부문의 역할을 축소·조정하고 자금조달도 재정출연을 원칙으로 하는 정공법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주택기금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나 소형 임대주택 건설에만 지원하고 분양주택이나 중형 임대주택 건설은 운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필요한 자금은 당연히 재정에서 출연해야 하며 아직도 남아 있는 제1종 국민주택채권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주택은행에서 독점해왔던 기금관리도 주택은행이 민영화되고 국민은행과 합병한 마당에 더이상 독점관리해야 할 명분이 없는 만큼 공개경쟁을 통해 관리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많은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주택기금의 부실과 비효율도 정부당국이 관치경제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근본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건교부는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새로운 경제여건에 걸맞게 위상 재정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