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무원과의 차이요? 중국 공무원들은 기업활동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수시로 기업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격려금까지 줄 정도입니다" 중국 동북부 톈진(天津)에 자리잡고 있는 LG전자 합작법인의 손진방 법인장은 연신 "기업하기에는 중국이 한국보다 낫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콜레라가 발생해 컨테이너 통관이 지연됐습니다. 업무에 차질이 생겨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시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방문했습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그 자리에서 해결해 주더군요" 박종하 삼성전자 쑤저우(蘇州) 법인장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진출 초기인 98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2백50명을 감원키로 하자 근로자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자 공무원들이 나서서 '구조조정은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인 만큼 불가피하다'며 설득하더군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골치아픈 문제가 풀렸지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국에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이 왜 기업인들에게는 이처럼 큰 호응을 얻을까.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업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 기업활동을 제약하는데 혈안이지만 중국은 기업활동을 장려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관할 지역 기업들의 실적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만큼 중국 공무원들은 자기 일처럼 기업의 애로사항을 찾아 해결하려 한다"며 "기업인들이 공무원의 눈치나 살피는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행정규제를 경제개혁으로 착각하는 한국과 기업실적을 공무원 인사고과에까지 반영하는 중국의 차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중국은 인건비 면에서 한국의 10∼20% 수준에 불과한데다 기술력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공무원까지 가세해 '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느 기업이 중국을 놔두고 한국에서 기업하려 하겠는가. 오히려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늘어 국내 생산기지의 공동화현상이 심화될 것이다(박종화 법인장)"라는 얘기가 기우(杞憂)로만 들리지 않는다. 톈진·쑤저우=오상헌 경제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