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은행 IMF 등 11개 국내외 전문기관에서 예측한 2001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5.1∼6.2%였다. 그러나 실제 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9·11 미국 테러 대참사라는 돌발변수도 있었지만,근본적으로 세계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같은 성장률은 중국의 7.5%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었던 싱가포르와 대만의 경우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있다. 뉴이코노미에 의해 달아올랐던 미국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하향국면인데도 그토록 낙관적인 성장 전망을 내놓았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생산은 12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감소세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44년 이후 56년만에 처음이다. 연초 6.5%였던 미국 연방기금금리(콜금리)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무려 9차례나 인하해 2.5%로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회복시기는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금년 말까지 연방기금금리를 또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있고,재정자금도 계속 풀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V'자로 회복되기를 희망하지만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도 1990년 말 이후 최저수준으로 위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지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9·11 테러 대참사가 미국경제에 미칠 여파를 예측할 능력은 아무에게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MIT 교수 또한 "동물적 영감만이 세계경제의 앞날을 예측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일본의 경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더욱 참담하다. 중앙은행의 재할인율이 0.1%인데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이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년 간의 복합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경제는 미국경기 악화로 대미수출마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방안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의 도구인 금리 수준이 바닥권에 와 있기 때문에 더 내릴 수 없는 실정이고,재정수단도 쓸만한 처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은 지난 3년 간 호전됐지만 내년에는 소득세율 인하와 소득감소로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GDP 대비 1백40%선으로 세계최대 수준이다. 따라서 에드워드 조지 런던은행 총재의 "세계 경제둔화가 앞으로 3년 간 더 지속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간과하지 말고,보수적으로 한국경제를 준비해 나가야 될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한국경제가 그런대로 잘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기관들이 숨통이 트여 자금사정이 원만한 것처럼 보인다. 주문이 쌓인 조선업계와, 미국시장 확보에 성공한 자동차산업 덕분으로 수출이 싱가포르나 대만처럼 급격하게 줄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여건이 오래 지탱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잘 굴러가고 있던 기업이 경기가 나빠지면서 금융기관의 새로운 '부실대출'로 나타나고 있고,국내 소비자 신뢰지수도 최근 들어 뚝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내수 진작'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저축이 미덕'에서 '소비가 미덕'으로 탈바꿈한 우리 경제다. 그러나 낮은 금리로 인해 금융소득이 낮아진 상태에서 소비가 늘어날지 의문이다. 더욱 큰 걱정은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강원랜드처럼 경제의 생산성 향상과 아무 연관없는 거품형 부양책들이 내년 지자체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쏟아질까 하는 노파심이다. 세계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더욱 보수적인 관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정부의 규제를 풀어 대외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정책대안이 기다려진다. ydeuh@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