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한 이후 재보험 시장이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재.해상.특종 등 관련 보험료가 추가로 인상돼 기업들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계 하트포드 재보험그룹과 영국계 로열앤선얼라이언스 재보험그룹 등 해외 2개 재보사는 최근 국내 손보사에 재보험 신규 계약 및 갱신 업무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통보해왔다. 뮌헨재보험 스위스재보험 등 세계 주요 재보험사들도 재보험 영업 약관을 고쳐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선별적으로 재보험을 인수하고 있다. 해외 재보험사들의 이같은 조치는 세계 재보험업계의 합산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테러사건까지 겹쳐 막대한 손실을 입은데 따른 것이다. 하트포드와 로열앤선얼라이언스의 경우 테러에 따른 경영 타격으로 재보험 사업부문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기 위해 신규 재보험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재보험사도 테러사건으로 인한 예상손해액이 계약자 잉여금의 9%에 이르는 20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로이드시장의 손해액도 약 19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이 로이드시장 전체 계약자잉여금의 24% 정도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대한재보험 관계자는 "재보험 시장이 경색되면서 세계 재보험사들은 테러 및 전쟁과 무관한 물건에 대해서도 평균 35% 이상의 요율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율이 높은 계약자의 경우 인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3배 이상 더 낼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국내의 한 전자업체는 최근 만기가 된 화재보험을 갱신하면서 전년보다 3백45%나 오른 보험료를 냈다. 연말까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국내 화학 정유 섬유업체도 작년보다 보험료율이 50∼1백% 가량 오를 전망이다. 또 재보험에 들면서 원수보험사들이 챙기는 재보험수수료에 대한 인하요구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계속 계약 할인(5%)혜택을 주지 않거나 분납조건을 폐지하는 재보사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제시 요율의 유효기간을 14일로 제한하고 연장시에는 조건을 변경하려는 곳이 증가해 원수보험사들이 재보험사를 잡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규모가 작거나 생소한 물건에 대해서는 요율 자체를 제시하지 않는 재보험사들이 늘고 있어 계약을 맺기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보험업계의 수지상황을 나타내는 합산비율은 1997년 1백1.6%에서 계속 높아져 작년에는 1백1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2∼3년동안 기업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용어풀이 ] 합산비율 손해액과 사업비를 합친 금액을 재보험료로 나눈 비율이다. 각종 사고 발생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면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아진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합산비율이 1백%를 훨씬 웃돌아 보험사 경영이 악화된다. 이렇게 되면 재보험사들은 경영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