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경제부총리가 지난 17일 어느 민간연구기관 초청간담회 석상에서 '일부 공무원의 일감을 위해 업무가 있고,그 일감 확보를 위해 조직이 있다면 그런 조직은 없어져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관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근래들어 재경부가 기업규제완화나 자본시장규제 등과 관련,공정위 및 금감위 등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는 터여서 그와 연관시켜 부처이기주의를 직접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설왕설래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능은 많지 않으면서 자리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일감(특히 각종 규제)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조직이 있다면 이런 조직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사실 어느 조직이건 자리가 유지되는 한 아무 것도 하지않고 놀 수는 없는 일이어서 일감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감이란 것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기업을 도와주는 일이라면 박수를 받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시장 경제현상에 대해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시장실패라고 단정하면서 규제의 칼을 들이대기 십상이다. 최근 기업규제개혁과 관련한 마찰도 근본적인 요인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진 부총리가 시장의 힘이 커지고 민간의 역할이 커질수록 정부 역할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요즈음의 어려운 경제상황하에서는 매우 긴요하고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근본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세상이 급격히 변하는데도 적응할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자리나 일감 보전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그로인한 행정의 낭비는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임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규제완화도 그런 차원에서 해법을 찾는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역점과제로 추진해오고 있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은채 신설규제가 되레 늘고 있는 것은 바로 당초 약속했던 '작은 정부' 또는 '효율적인 정부' 실현의 전제인 조직개편 실패 때문이 아닌가 싶다.조직이 그대로 유지되는한 일감을 찾을 것이고,일감을 찾다 보면 규제가 신설될 건 뻔한 일이다. 당장 조직슬림화가 어렵다면 봉사기능을 확충하는 식의 역할 재정립이라도 서둘러야 한다.자리보전을 위해 일감을 찾는 조직은 없는지 다시한번 점검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