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서울 다동의 한미은행 본점 영업부. 주부 김모씨(60.서울 갈현동)가 담당직원의 도움으로 한 장의 서류에 서명했다. 서류 제목은 '신탁상품 투자안내서'. '신탁은 실적배당 상품으로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은행의 신탁상품에 투자하려는 고객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절차다. 이날 김씨는 연말 배당종목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굿뱅크배당신탁'에 3천만원을 맡기고 남은 3천만원은 확정금리형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이 은행 안진아 PB팀장은 "신탁상품 가입고객과의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 최근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고객이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가입했다는 것을 문서로 남기기 때문에 업무도 한결 편해졌다"고 밝혔다. 고객인 김씨도 "가입한 상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고객만족전략의 하나로 분쟁방지 시스템 등 사전 서비스(Before Service)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불편신고가 들어온 후 해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하나은행은 상품별로 투자 위험도를 측정, 상품 안내서에 위험등급을 표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정기예금은 위험도가 '0'에 가까운 반면 실적배당형은 위험수치가 점점 커지는 식이다. 하나은행은 올 연말께 위험등급이 매겨진 상품 안내서를 점포에 비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분쟁소지가 있는 상품은 전문 상담사가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며 "이와 함께 위험등급 표시제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은 본점조직을 개편하면서 분쟁해결만을 맡는 고객서비스팀을 만들고 인원도 보강했다. 또 전화로 불만이 접수되면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답변해주는 '고객행복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외부업체에 의뢰해 고객만족 수준을 연 20회 이상 점검하고 그 결과를 제도개선팀과 영업점에 통보해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별 민원사항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두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다. 한빛은행은 불만정도에 따라 A∼C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다른 방법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시대에다 증시침체 등 투자여건이 불투명해지면서 고객을 위한 종합서비스는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유기적인 사전 사후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는 은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