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이국적인 풍광이 가득해졌다. 자유로운 예술혼이 넘실대는 쿠바의 아바나에서부터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미코노스에 이르기까지 이색적인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 정취에 걸맞는 "그림"을 잡기 위한 해외 촬영이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모두가 "진짜"는 아니다. 국내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풍경에 약간의 조화를 부려 이국적 분위기로 탈바꿈시킨 광고들도 즐비하다. "해외 로케파"에는 캐주얼 의류 "마루"가 선봉에 있다. 국내 광고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촬영지로 골랐다. 가수 성시경이 하바나 거리에서 쿠바인들과 어울려 음악을 즐긴다는 내용.순박하고 정겨운 하바나의 모습이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리게 한다. 1930~40년대 미국차들이 버젓이 굴러다니는,시간이 정지한 듯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대홍기획이 제작했으며 편안하고 세련된 캐주얼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나은행은 "마이 머니 네트워크 편"(제작 웰콤)에서 와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으로 시청자들을 안내한다. 삼백년 넘은 싸이플러스 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선 언덕이 배경.구름이 한가로이 떠가는 하늘아래 서있는 나무 한그루를 비추던 첫 화면은 곧이어 그 나무 뒤로 수십그루가 늘어서 있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하나은행이 은행상품뿐 아니라 증권,보험,투신같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고객의 재산을 불려준다는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전한다.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아이파크"(웰콤)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밀레 생가에서 찍은 "밀레편"과 덴마크 니하운에 있는 안데르센 생가에서 촬영한 "안데르센편"을 내보낸다. 손예진의 해맑은 모습이 인상적인 포카리스웨트 CF는 아름답기로 이름난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섬에서 찍었다. 이밖에 중세 유럽풍 성이 나오는 삼성 지펠의 새 CF "드림 캐슬"편(제일기획)은 파리 근교에 있는 샹티성에서 촬영됐고 외환은행의 "해녀편" "광부편"(TBWA)은 호주 골드코스트의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가 배경이다. 하나은행CF를 담당했던 웰콤의 이연숙 PD는 "광고 콘티에 가장 적합한 자연조건을 찾기 위해 해외 프로덕션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딱 맞는 장소를 찾았을 때의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견 해외에서 촬영된듯 하지만 사실은 국내에서 만든 광고들도 많다. 이른바 "진짜같은 가짜"들.라벤더향이 물씬한 한국통신의 국제전화 001 CF(휘닉스컴)가 대표격이다. 모델 이영애가 거니는 라벤더밭이 남부 유럽의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제주도에 있는 천마목장에 만든 인공초원이다. 제작진이 3일동안 중국에서 수입한 라벤더 조화 4만송이를 일일이 땅에다 박은 끝에 만들었다. 전지현.정우성이 무사커플로 출연한 "지오다노"광고는 배경이 언뜻 중국인듯 하지만 제부도의 어섬 비행장이며 아름다운 새벽바다가 인상적인 신한은행 "연주"편의 무대는 다름아닌 제주도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