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저녁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여성기업 투자촉진을 위한 간담회가 있었다. 최동규 중소기업청장을 비롯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여성벤처기업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의례적인 말들로 시작됐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기업을 잘 키워달라''앞으로 더 열심히 투자하겠다'고 했고,여성기업가들은 기업을 키워가는 과정을 소개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얘기들이 오간 다음,와인을 한잔 걸치고 분위기가 다소 풀어지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품어왔던 얘기들이 스스럼없이 쏟아졌다. 우암닷컴 송혜자 대표는 "창업단계에 있는 대부분 여성벤처들은 규모가 작은 탓에 사무실을 임차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문자 이사는 "정부조달 사업에서 여성기업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는 사업영역이 모호할 수 있는데 정부의 엄격한 업종구분으로 인해 지원을 제대로 못받고 있다"(김혜경 내추럴홀푸드 대표) "일산에 공장을 지었는데 유능한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등의 하소연도 잇달았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당하는 설움이기도 했고 여성벤처라서 겪는 억울함이기도 했다. 벤처캐피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권덕만 한능벤처기술투자 대표는 "지분율 50%이상을 고집하는 벤처 사장들이 많은데 우리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투자협상에 유연하게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대표는 "우리도 수익을 내야 한다"며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도는 벤처기업인에게 또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물론 이같은 논의가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고,요구 또한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들도 아니었다. 이들도 그 점을 모를리 없었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고 실마리를 풀어보려는 진지함은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오후 6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벤처산업을 다시 일궈보려는 열정이 느껴진 모임이었다. 이성태 벤처중기부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