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 < 휠라코리아 사장 geneyoon@fila.co.kr > 슬픔을 나누면 아주 작아지고 기쁨을 나누면 아주 커진다. 나눔의 경제학이다. 슬픔이 있을 때 신실(信實)한 이웃에게 진심을 털어놓기만 해도 뭔가 해결된 듯이 후련해진다. 작은 힘일지라도 힘을 합쳐 문제를 처리하다 보면 의외로 가볍게 해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쁜 일도 마찬가지다. 기쁨도 이웃과 함께 하면 메아리처럼 퍼져나간 후 파장처럼 더욱 크게 되돌아온다. 그래서 더욱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재산의 상속세를 없애려고 한 적이 있다. 이때 상속세 폐지를 반대한 이들은 억만장자였다. 어찌보면 뜻밖의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그 일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데가 있다. 첫째 상속세를 폐지하면 사회의 환원기능이 둔화돼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된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다.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 많이 소유한 이들이 표적이 돼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대한 것이다. 둘째 국가에 상속세를 내는 것은 단순히 돈 얼마를 낸 것으로 그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 돈을 통해 구입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쁨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즉 상속세는 사회적 갈등을 없애고 사회적 기쁨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추구하는 건전한 자본주의정신 바로 그 자체다. 빈익빈부익부란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유하는 처방책이기도 하다. 그들은 구미유럽에서 초기 자본주의로부터 출발해 수백년을 거치면서 이제 나눔의 기쁨을 누리는 경지까지 왔다. 그래서 빈부의 격차가 가져오는 병폐를 깊이 알고 또 나눔의 지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한국은 어떤가. 구미선진국 등에서 수백년간 체험하고 터득한 자본주의를 한국은 반세기 만에 속성,압축성장을 통한 체험뿐이다. 그간 절대 빈곤에서 빠져 나오기 급급했다. 그리고 우선 나만 챙기기 바빴다. 돈이 모든 것의 해결책인 것처럼 열성적으로 돈을 챙겼다. 죽고 나면 종잇장보다 못한 게 돈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이.그만큼 자본주의의 본질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선진국처럼 수백년 동안 겪으면서 추출된 철학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미숙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