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악재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시장의 격언을 확인했다. 한달여를 끌어온 미국의 군사행동이 현실화됐으나 우려했던 환율 급변동은 없었다. 시간 문제였을 뿐 시장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 환율은 개장초 1,310원에 대한 지지력을 테스트하기도 했으나 밑을 탄탄하게 받치는 저가매수세로 1,310원대가 유지됐다. 개장초 당국의 시장 안정의지가 시장 심리를 붙들어맨 가운데 위아래 포진된 비드(사자)-오퍼(팔자)의 벽은 시장 상황의 고요함을 유도했다. 뉴욕에서의 외환거래가 콜럼버스데이를 맞아 휴장이라 방향 잡기 어려움속에 다음날도 비슷한 레인지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0.60원 내린 1,311.6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미국의 공습 발발에도 불구, 하락세를 보인 환율은 오전중 1,311원선의 약보합권의 흐름을 이었던 반면 오후에는 변동성 위축이 극에 달하며 이동 거리가 불과 1원에 그쳤다. ◆ 애매모호한 시장 상황 =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공습 개시라는 불확실성은 제거됐으나 공습 전개에 따른 탈레반 정권의 추가 테러 가능성 시사 등에 따른 새로운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 휴장한 데 이어 뉴욕에서도 거래가 없어 달러화는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뚜렷한 방향 잡기에도 어렵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공습이후 방향이 잡히지 않고 애매모호하다"며 "개장전 정부의 발언이 안정 의지를 보인데다 수급상 충돌하면서 변동성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래쪽에서 계속 나오는 매수세로 보아 당분간 하방경직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과 달러/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고 내일은 1,309∼1,315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이월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 처분과 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개장초 환율을 내렸으나 정유사에서 꾸준히 결제수요가 나왔다"며 "생각보다 충격은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일도 거래 범위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겠지만 개장초 어떤 뉴스가 전해지느냐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 거래 위축시키는 요인의 교차 = 위아래로 막힌 시장의 흐름은 장중 내내 확인됐다. 정부는 개장초부터 공습에 따른 외환시장의 급변동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시장은 이를 반영하면서 몸을 사렸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갖고 외환시장이 급등락할 경우 한국은행이 직접 개입에 나서기로 하는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아 개장초 환율의 급변동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다. 또 시장 참가자들은 상호 교차되는 수급이나 재료를 놓고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정유사를 비롯한 업체들의 매수세는 1,310∼1,311원 언저리에서 포진돼 있던 반면 NDF정산관련 역내 매물과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은 1,312원선 중반이상에서 나왔다. 기업들의 네고물량의 출회는 시간적인 여유를 두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미국 보복공습의 장기화나 추가 테러사태 발발에 대비한 정유사 등의 달러 수요가 아래쪽을 버티게끔 하고 있다. 역내 은행권의 NDF정산관련 매물은 일부 공급됐나 대외여건에 대한 관망세로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달러사자에 나섰으나 대체로 조용한 편. 미국은 이날 새벽(국내 시각) 테러사태 응징 차원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습을 단행했으며 국제 금융시장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은 소폭 내려섰다. 달러/엔은 지난주 말 120.46엔에 마감한 이후 이날 공습 발발에 따른 달러화 약세를 반영, 119.80엔대까지 내려선 이후 반등, 120엔대 상향돌파를 꾀했다. 런던장에서는 아래쪽으로 내려서 오후 5시 현재 119.71엔을 가리키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 시장 달러/환율은 엔화 흐름을 좇아 소폭 하락, 1.312/1,314원에 마감했다. 지난 금요일보다 0.80원 오른 1,313원에 출발한 환율은 다음 거래가 1,312원에 체결되며 하락세로 전환한 뒤 9시 37분경 이날 저점인 1,309.90원까지 내렸다. 이후 저가매수세로 조금씩 반등을 꾀한 환율은 대체로 1,312원을 경계로 한 시소를 타다가 11시 48분경 1,312.40원까지 올라선 뒤 지난 금요일 마감가와 같은 1,312.20원에 오전을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312.2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소폭 반등하며 2시 26분경 1,312.60원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오후 개장 2시간여동안 이 범위내에서만 등락했다. 그러나 이후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소폭 하락, 3시 53분경 1,311.70원까지 내려선 뒤 1,311.60원으로 한단계 더 낮췄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13원, 저점은 1,309.90원으로 변동폭은 3.10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40억원, 70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 4영업일째 주식순매수를 이으며 환율 하락 요인을 축적했다. 지난 월요일 1,057억원의 주식순매수분 중 일부가 공급돼 이날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증시에서 순매수를 잇는 것이 공습에 대한 예상과 뻔한 승패라는 이유인지,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9,3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7,1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4,500만달러, 4,500만달러가 거래됐다. 9일 기준환율은 1,311.8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