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오늘 당정협의회를 열고 자금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벤처투자 손실보전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소식이다. 이 제도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선정한 1백여개의 기업에 대해 투자자가 연 4% 정도의 수수료를 내면 향후 5년간 투자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손실액의 최고 80%까지 보상해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백여개 벤처기업이 주식공모 등을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돼 빈사상태에 있는 벤처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책으로 벤처업계의 자금난이 해소될 리도 만무하거니와 자칫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다. 우선 '고위험 고수익'을 특징으로 하는 벤처투자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문제다. 부분 보장에 그치고 있는 금융기관 예금과의 형평성은 차치하고라도 어렵사리 정착돼 가고 있는 투자자 책임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벤처지원이 급하더라도 투자는 자기책임하에 하는 것이라는 기본원칙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당하기 힘든 재정부담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투신사 처리과정에서 똑똑히 보아오지 않았던가. 아울러 1백여개의 한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특혜를 준다는 것도 문제다. 가뜩이나 주가조작이다,무슨 게이트다 해서 벤처기업의 투명성이 도마위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대상기업 선정과정에서 또 한차례 잡음은 불가피하다 할 것이고,더욱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지원이 필요한 유망 벤처기업 위주로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기술신보 입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우량기업 위주로 선정하려 할 것이나 이들 기업은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해 지원이 상대적으로 덜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지원해서는 안될 불량기업이 로비로 선정될 경우 4%의 수수료로 투자금의 80%를 보전해주는 것이 불가능해 기술신보는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는 투자자 책임원칙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실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다.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한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특혜성 지원을 하기보다는 시장기능을 활용한 무차별적 지원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