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사들이 전한 추석민심은 한마디로 "흉흉"했다. 경제난으로 인한 지역민들의 근심은 예상보다 훨씬 깊었다. "이용호 게이트" 등 잇따라 불거진 각종 비리의혹 사건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그 도를 넘어섰다. 정치얘기는 아예 금기대상으로 전락했고,야당 정치인도 푸대접을 받기는 여권인사와 마찬가지 였다는게 그 요지다. 추석 귀향활동을 벌였던 여야 정치인들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안고 여의도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동일한 상황인식에도 불구,여야가 전혀 상반된 해석과 해법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 할수밖에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제가 어려운데도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고 있어 여야 모두 공멸할 것이란 질책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집중 부각시켜,비리.의혹을 끊임없이 쟁점화 하고있는 야당을 은근히 겨냥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생파탄과 권력형 비리,인사난맥상,언론탄압에 대한 불만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민심이 폭발직전"이라며 여권의 실정에 무게를 실었다. 똑같은 민심을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네탓"공방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의 태도가 이처럼 구태의연하니 추석전 20일간 진행된 국정감사가 국정전반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막을 내린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여야는 국감기간내내 각종 의혹을 앞다퉈 제기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나라당이 이용호게이트를 집중 추궁하자 민주당은 해묵은 북풍사건을 꺼내 들었고,한나라당이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의 권력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노량진수산시장외압의혹으로 역공을 폈다. 난무하는 "설"이 "게이트 정국"으로 비화되면서 공적자금회수,건강보험 재정파탄,무영장 계좌추적방지 등 주요 쟁점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야는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8일부터 본격화 되는 국회활동에 대비,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초반 기세싸움에서 승기를 잡아 10.25 재보선 까지 그 여세를 몰아 가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10월 정국은 벌써부터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그들만의 전쟁"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