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가 테러참사를 정책추진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로버트 죌릭 USTR 대표는 2일 언론기고 등을 통해 테러전쟁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대통령의 무역촉진권한(신속처리권) 부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무역촉진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는 통상정책 결정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이 권한은 의회가 대통령이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이나 각종 통상정책 등에 대해 가부만 표시할 뿐 수정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4년 폐기된 이 제도가 부활되면 부시 대통령은 통상정책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결정적 무기를 갖는 셈이어서 한국을 비롯한 교역상대국들은 이 제도의 부활여부에 긴장하고 있다. 죌릭 대표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이 권한을 부여해 미국이 여전히 세계를 주도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테러범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의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고 나섰다. 죌릭은 응원부대도 확보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7개 민간연구기관장들이 그들이다.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마이클 아마코스트 브루킹스연구소장,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장 등은 테러범들이 노리는 미국의 지도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찰스 레인젤 의원은 "테러전쟁과 의원들의 애국심을 연결지어 무역촉진권한 부활을 추진하는 것은 웃음거리밖에 안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무역촉진권한이 궁극적으로 교역상대국에 이익을 줄 것이란 확신을 못줄 경우 강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력 보완을 위한 수단으로 이 권한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아귀가 안맞는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반세계화 단체들은 환경이나 인권(노동)보호가 퇴색될 것을 우려,이 권한의 부활에 반대하고 있다. 테러전쟁을 기회로 삼아 무역촉진권한을 부활시키려는 USTR의 '이상한 노력'은 이번주 이 문제를 본격 심의하게 될 의회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