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에서 배우려 하지 않는 것, 한번 잘못한 것을 잊어 버리는 것, 그리고 감독 관청의 눈치만 살피는 것이야말로 패망의 지름길이다"(기업도산 연구가 쿠보리 히데아키 변호사) 실패를 '영구 불패'의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일본 재계의 자기 반성은 유키지루시유업, 미쓰비시자동차 등 일류 기업들이 위기 앞에 맥없이 무릎을 꿇으면서 러시를 이루고 있다. 대량 식중독 사고와 리콜 은폐의 후유증으로 이들 기업이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렸던 작년 7월 이후 서점가에는 실패 메시지를 담은 책이 베스트 셀러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 실패를 역벤치마킹한다는 '실패학'이 경영자들의 필수 연구과목으로 떠오른데 이어 매스컴에서는 도산 연구, 패장의 변 등 실패 재발을 막기 위한 각종 기사가 인기 연재물로 각광받고 있다. 컨설팅회사 'IMA'의 와다 가즈오 사장(72)은 실패 연구가 붐을 이루면서 스타로 변신한 대표적 인물이다. 종업원 2만8천명의 유통 대그룹 야오한 총수였던 그는 4년 전 파산해 부실 기업인의 멍에를 뒤집어 썼지만 자신의 경험을 밑천으로 컨설팅 회사를 세웠고 대히트를 했다. 성공비결 대신 '이렇게 하면 망한다'며 패망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는게 그의 전문이다. 실패 전도사의 생생한 경험에서 지혜와 교훈을 얻으려는 기업들의 강연, 컨설팅 의뢰가 폭주하면서 그는 파산 전보다 더 바쁜 몸이 됐다. TV 등 매스컴에서도 인기 게스트로 활약중인 그는 실패를 멀리 하려면 독주와 무모한 사업 확장을 경계하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부실 기업인에서 실패학 전문가로 변신한 인물은 와다 사장만이 아니다. 회사가 망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종업원들을 잘 부탁한다고 고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렸던 노자와 쇼헤이 전 야마이치증권 사장은 벤처기업 회장으로 영입돼 자신의 경험을 또 다른 실패를 막는데 활용하고 있다. '실패학의 추천'이라는 이색 타이틀을 단 책을 펴낸 하타무라 요타로 전 도쿄대 교수는 과거 사례 조사를 통해 대형 실패에는 평균 3백회 정도의 예비적 실패가 있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무병장수하려면 실패를 활용해야 하며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리스크 헤지의 다나카 다쓰미 사장은 "일본 기업의 약점은 과거 사례에서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