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외환 조흥 '적극적' vs 신한 하나 한미 '소극적'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은행권의 1조원 신규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지 않은 은행들이 여전히 소극적이다. 만약 신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이닉스는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이 신규 지원 규모를 당초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린 것은 미국 테러사태로 반도체 값 회복 전망이 더 불투명해졌기 때문. 외환은행 관계자는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내년 중 반도체 값을 1.5달러로 보고 5천억원의 신규지원을 요청했으나 미국 테러사태로 전망이 더욱 악화됐다"며 "반도체 값이 1.25달러가 된다는 전제 아래 지원 규모를 1조원으로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 정도 지원은 이뤄져야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은행들이 1조원의 신규 자금투입에 합의할지는 불확실하다. 한빛 외환 조흥 등 주요 채권은행들은 비교적 적극적이다. 반면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은 더이상 하이닉스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은 금년 말까지 하이닉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50∼80%씩 쌓아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큰 관건은 주요 채권은행인 국민·주택은행의 입장이다. 지난 14일 채권은행단 회의 때 5천억원의 신규 지원이 보류된 건 국민·주택은행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26일 외국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컨퍼런스콜(전화설명회)에선 "하이닉스 채권 매각도 검토 중"이라며 신규 지원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27일 오전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선 "주요 은행들이 지원하겠다면 따라가겠다"고 말해 지원에 동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어쨌든 국민·주택과 같은 주요 채권은행이 신규 지원에 불참하면 다른 은행의 부담이 그만큼 커져 신규지원계획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민·주택은행이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느냐에 따라 하이닉스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