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나라에 우리금융지주회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관이 등장했다. 산하에 있는 자회사들을 통해 은행업무는 물론 증권업무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는 보험업무도 가능하다고 하니 모든 금융서비스를 한 장소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금융백화점 같은 형태다. 이는 금융업무가 은행 증권 보험 등으로 철저히 분리돼 있던 우리 나라에서는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란 지분보유를 통해 산하에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 전문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이들을 소유.지배.관리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본래 금융지주회사는 금융회사들간 경쟁의 산물이다. 금융업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도 금융권간 업무분리가 장기간 유지돼 왔다. 그러나 겸업화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유럽 금융회사들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를 통한 업무확대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금융지주회사제도가 부각됐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금융 겸업화 논의를 거듭해 오다 99년 11월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이 통과되면서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겸업화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일본은 98년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 지주회사 방식의 겸업화를 허용했고 이를 토대로 현재 4개 정도의 거대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돼 금융회사들간 통합과정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은행간 합병이나 대형 선도 금융회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지주회사제도가 논의됐고 공적자금을 받은 한빛은행과 평화.광주.경남은행 등 4개 은행을 묶은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지난 4월 출범했다. 최근에는 신한은행을 위주로 하는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됐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대형화 측면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실정이다. 우리 나라에선 지주회사에 대해 상반된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모든 금융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와 금융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키 위해 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됐다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제도 자체는 가치 중립적인 것이며 일방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도 금융지주회사 도입 이후 성과가 좋은 그룹과 좋지 못한 그룹이 명확히 차별화됐던 것을 볼 수 있다. 또 지주회사를 채택하지 않은 30% 이상의 금융회사 중에서도 성과가 큰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주회사가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주회사를 통해 기존 조직을 분사하거나 자회사를 전문화하는 등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결국 지주회사의 성과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금융지주회사가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입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전효찬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hc@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