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공격보다 감성 비교를" 이달초 빗장이 풀린 비교광고가 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감성형 접근이 오히려 "비교의 묘(妙)"를 살린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수치상 똑 떨어지는 사실 위주의 이성적 비교보다는 우월함을 은근히 과시하는 방식에 소비자들이 호감을 보인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비교광고는 인쇄매체를 통한 지상전(紙上戰)이 대부분이다. 형태는 모두가 경쟁사를 정조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초 비교광고가 허용된 이후 처음으로 "1등에는 이유가 있다"며 SM5(르노삼성)와 매그너스(대우)를 바로 겨냥했다. 기아자동차도 "기아차는 안전하다"는 카피를 내세워 비교전선에 뛰어 들었다. 대우전자는 만도공조,LG전자의 김치냉장고를 갖고 별점을 매겨가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하나로통신은 자사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하나포스"가 한국통신의 "메가패스"보다 더 빠르다고 광고한다. 머잖아 그 전장은 브라운관으로도 옮겨갈 전망이다. 그러나 광고 선진국들의 추세를 볼때 국내 업계도 "사실"을 토대로 한 단순비교에서 나아가 감성에 호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콜라업계의 영원한 숙적 코카콜라를 겨냥한 펩시의 광고는 감성비교 광고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힌다. 코카콜라 직원이 편의점 냉장고에 코카콜라를 쏟아 놓는다. 일을 마친 남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기를 쓰고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는 순간 산더미같이 쌓아두었던 콜라병들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 와중에 남자의 손에 쥐인 것은 다름아닌 펩시. 레스토랑편은 "콕 찍어" 펩시를 달라는 소녀에게 무심코 코카콜라를 줬다가 봉변을 당하는 웨이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두편 모두 은근하고 유머스런 비교가 빼어나다는 평가다. 비자카드와 아멕스 카드의 광고싸움도 흥미진진하다. 비자카드는 아멕스를 "장난감 하나,음악회 티켓 하나 못사는 카드"라며 슬쩍 내리누르고,아멕스는 외국에서 비자카드를 내밀었다가 스파이로 몰려 봉변을 당한 남자를 내세워 자사가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리대룡 교수는 "비교광고가 광고의 정보화라는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는 기법이지만 유교권인 한국사회에서는 정서적 거부감이 크다"며 "자칫 감정적인 비방 소모전으로 치달을 경우 소비자들은 오히려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교는 하되 비방하지 않는 원칙아래 우회적으로 호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리 교수는 말했다. 제일기획에서 비교광고 전략팀을 이끌고 있는 정건수 영업기획팀 국장도 "비교광고는 장기적으로 선두 브랜드를 추격하는 후발 브랜드들의 마케팅 의욕을 북돋아 게릴라식 광고를 늘려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광고 크리에이티브에도 새로운 장이 열리는 계기라는 점에서 업계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