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정부가 내년 1월 개별주식 선물·옵션상품을 도입키로 했다. 홍콩증권거래소가 10월부터 한국의 5개 간판종목에 대한 선물·옵션시장을 개설한다고 밝힌지 20일만에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증권업계 반응은 한마디로 쌀쌀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뒤늦게나마 그런 결정이 나온 것은 다행스럽지만 시장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고민"이라고 했다. 개별주식 선물·옵션 도입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온 사안이다. 증권거래소는 이미 2년전 옵션 상품 거래시스템을 완벽히 갖춰놓고 정부에 시장개설을 요청했다. 외국인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도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별 주식 선물·옵션의 도입을 줄곧 요청해 왔다. 증권업계의 요구는 자본시장에서 필요하고 수요가 있다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시장논리가 아니라 '정책적 논리'로 다루려 했다. 표면적으론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많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내심 2003년말까지 모든 선물·옵션 상품을 부산 선물거래소로 이관하게 돼 있는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의 첨예한 이해다툼에 끼여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같은 사고의 줄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선물거래소 부산 유치'라는 대선공약이 뒷다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 허점을 비집고 홍콩거래소가 시장개설을 발표했지만 재경부 관계자는 "개별 종목 선물·옵션 도입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발을 빼기에 급급했다.그런 경제관료가 어쩔 수 없이 시장개설을 발표했다. 내심으론 '죽을 맛'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런 사연에 대해서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해도 기초는 튼튼히 다져야 한다. 시장정책을 결정하는 재경부 관계자의 체면이나 대통령의 공약을 의식해야 하는 단계는 지났다. 석달 빠른 홍콩증시의 선점효과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개별종목에 대한 파생상품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꼬리와 몸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잡아나갈 건지 그것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 정책당국자가 이제부터 해야할 일이다. 양준영 증권부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