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하이데라바드 공항대기실에서 만난 한 중국상인이 이렇게 불쑥 물었다. '요즘 왜 미국이 인도를 은근히 지원해주는지 아십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바로 이슬람권을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이슬람권과 인도가 무슨 관계인데 그렇습니까'라고 그에게 되물었다. 그는 느긋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캘커타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항공기가 3시간이나 연발한다는 방송을 들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은 이러했다. 이슬람권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출발해 리비아 이집트 사우디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 지구촌의 '허리띠'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은 이 허리띠가 더 이상 길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허리띠의 한곳을 잘라줘야 한다고 판단한다. 잘라주기에 적절한 곳이 아프가니스탄인데 지금까진 구소련이 이곳을 10년간 침공하면서 그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로 허리띠를 잘라줄 국가가 없어졌다. 따라서 허리띠의 중간에 위치한 인도가 발전해서 이 역할을 맡아주길 미국이 은근히 원한다는 얘기였다. 이름이 리훙수안이라고 밝힌 그는 캘커타에서 태어난 중국인 2세로 인도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SW)를 미국 일본 한국 등에 수출하는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에서 개발된 SW의 70% 정도는 미국으로 수출되며 이 물량은 이미 연간 5백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인도SW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외교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상당히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덕분에 최근 인도의 하이데라바드와 방갈로르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사이버시티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리 사장은 그럼에도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아직까지 인도의 기술수준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의 SW라면 무조건 값부터 깎을 생각을 한다는 비판이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인도의 하이테크를 그다지 활용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고급인력을 활용하는 곳도 그린데이타베이스 네온게이트 등 10여개사에 불과하다. IT교육분야는 비교적 활발하다해도 한국ITM 프론텍정보기술 비티엔 등 3개 기업이 인도의 앱테크 SSI 등과 전략제휴를 맺었을 정도다. 리 사장은 한국 벤처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선 인도로 눈을 돌리는 길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캘커타행 항공기에 오르면서 그는 "아프가니스타니즘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아프가니스탄은 1970년 초까지만 해도 1년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이슈가 전혀 없는데 신문기자들이 해외기사에만 신경을 쓰는 나머지 아프가니스탄까지 들먹이는 그런 분위기를 사회학용어로 '아프가니스타니즘'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진짜 세계이슈의 중심이 되는 신아프가니즘 시대가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대엔 인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