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으로 촉발된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걷히기는 커녕 오히려 짙어지고 있는 양상이어서 참으로 걱정스럽다. 이미 지난주 3일동안 큰 폭의 주가하락에 이어 17일에도 13포인트나 주저앉는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휴장했던 뉴욕증시가 우리 시간으로 17일 밤 개장되면서 앞으로 미국주가의 동향에 따라 우리증시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한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17일 비상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증시대책을 중점논의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물론 이날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18일 금융정책협의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주식시장을 그냥 두고보지않겠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책으로는 증시의 매물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총액출자한도 규제 완화와 동시에 우리사주신탁제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것 등이다. 이와 함께 보다 적극적으로 증시안정기금을 부활시키고 주식가격제한폭을 축소시키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개입에 대한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자칫 시장논리에 맡겨 시장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직면할 경우 주식투자자들의 손실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조치들이 과연 적절하고,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테러보복이 어떤 강도로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특히 중동 아랍국들과의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정리될지에 따라 그 파장은 크게 달라질 것이지만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그런 점에서 증권업계가 건의한 내용을 좀더 신중히 검토해 보다 과감한 조치들을 서둘러 강구해주기 바란다. 물론 이미 경험했던 증안기금 조성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 자칫 잘못하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운용에 경직성을 가중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위험도 없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증안기금 조성은 좀더 신중히 검토하되 꼭 필요하다면 시장지지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대책을 단기간에 걸쳐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상한 상황을 맞아 증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키지않는 효율적인 대책을 매련하는데 정부와 업계가 지혜를 모으고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