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는 코란, 한손에는 칼'하면 이슬람의 호전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중세 서구인들의 최대과제가 이슬람 방어였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말일 뿐이다. 소위 '성전(聖戰)'으로 번역된 '지하드(Jihad)'라는 말도 그렇다. 아랍어로 '지하드'란 '고투' '분투'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말이 서구인들에겐 비이슬람교도에 대한 약탈전쟁 쯤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슬람학자들은 성전이란 것도 십자군전쟁 때 기독교에서 썼던 말을 차용한 용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슬람의 경전 코란에는 '신앙을 위한 싸움'의 개념으로 지하드란 말이 나온다. 예를 들어 '1년중 8개월간은 알라가 아닌 신을 믿는 자들을 파멸시키고 그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그들과 반드시 싸워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이 구절은 초기에 아랍을 통일하고 새 영토를 얻으려는 목적에서 나온 신앙심의 생생한 표현일 뿐이라는 종교학자들의 역사적 해석이 오히려 타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호메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서 "어떤 지하드가 최고인가"라고 묻자 그는 "억압하는 통치자 앞에서의 진실된 말 한마디"라고 대답하고 지하드를 수행한 사람을 '알라께 순종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투쟁한 사람'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 코란과 하지드를 연구한 현대의 이슬람학자들은 지하드를 펜 혀 손 매체, 그리고 최후로 필요하다면 무기로라도 알라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권력, 부나 명성 따위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을 분노케 만든 테러범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코란을 진리로 믿고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극단적 입장을 취하는 극소수 무슬림들이다. 하지만 경전이 그것이 쓰여진 시간과 장소가 전혀 다른 오늘의 인간에게 의미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아무튼 미국의 보복이 전세계 12억의 무슬림을 자극해 정말 지하드를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