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약 2250년께 만들어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에는 의사의 수술에 대한 보수와 의료상 과오에 대한 처벌규정이 명기돼 있다. 수술에 성공하면 보수를 받지만 실패해 환자가 죽거나 불구자가 되면 시술자의 손을 자르도록 규정했다. 고대에도 수술을 맡은 기능인은 따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이처럼 비참했다.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의사는 존경받는 직인(職人)이었지만 이 시대의 외과는 전쟁터의 부상자를 치료하는 외상외과였다. 피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성직자가 의사였던 중세엔 이발사가 외과의를 겸했다. 지금도 이발소를 나타내는 홍청백의 표식은 본래 홍은 동맥,청은 정맥,백은 붕대를 상징했던 유럽 상처의학의 표식으로 중세의 유산이다. 외과의가 내과의와 동등한 지위를 얻게된 것은 '의사의 황금시대'라 불린 18세기에 들어와서였다. 신장 위 등 내장을 수술로 치료하는 본격적 외과수술은 1846년 에테르 흡입마취법의 발명과 1867년 무균소독법의 확립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어 X선 발견(1895),ABO식 혈액형의 발견(1901)에 의해 수혈이 가능해져 수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현재는 외과의의 메스가 미치지 않는 의학영역은 없다. 내과의보다 외과의가 각광 받는 시대가 요즘이다. 외과의는 최후의 수단으로써만 메스를 잡는 것이 원칙이라는데 수술실 스케줄은 항상 밀려 있고 안해도 될 수술도 마구 권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문제는 매년 늘어가기만 하는 의료사고와 분쟁이다. 한국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공제회의 집계에 따르면 81~95년 의료사고의 20%를 수술이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자들이 수술의 안전도를 높이고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수술실에 설치할 블랙박스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수술로 생기는 의료사고 증가는 세계적 추세인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계기의 움직임과 대화가 기록되는 블랙박스가 설치된 수술실에서 메스를 들 외과의가 몇이나 될까. 의사의 환자에 대한 헌신과 환자의 의사에 대한 신뢰회복이 집도의를 감시하는 것보다 사고를 줄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