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동 < 인젠 대표이사 bdlim@inzen.com > "너 위에 구멍났다며?" 오랜만에 전화로 안부를 묻는 고교 동창의 첫마디였다. 필자도 모르고 있는 내용을 어리둥절하게 첫인사로 받고는 이내 며칠전 술과 건강을 화제삼던 동창회 회식자리가 생각났다. 불규칙적인 식사시간과 별명이 '말술'인 필자에게 염려의 말을 건넨 동창의 말 한마디가 날개를 달고 퍼져 나가 사실과 다른 정보가 유통된 모양이다. 이처럼 과장된 소문 내지 잘못된 소문은 큰 문제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보의 변질이나 유통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철학자 존 호스퍼스는 철학적 분석에 관한 개론서에서 정보가 진정한 지식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밝혔다. '어떤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것에 대한 믿음'을 지녀야 한다. 또 그 정보가 '사실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호스퍼스는 '무엇을 확실히 안다'는 것은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정보는 '우연'에 기대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자신이 믿지 않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버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도 믿지 못하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이다. 호스퍼스가 밝힌 조건은 비단 회사나 국가의 중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사소한 정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내에서 돌아가는 일,친구들의 소식,스포츠 경기나 증시에 관한 개인적인 예상 등 어디에서나 위의 조건이 끼여든다. 스스로 믿지 못하는 정보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말자. 만약 그것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그것은 호스퍼스의 말처럼 우연에 기대는 도박일 뿐이다. 달리 말하면 정보가 진실이라는 데 도박을 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용과 결과물에도 도박을 거는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