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력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에는 26일 한국과 관련된 기사 하나가 1면 머리와 사회면을 온통 독차지하는 크기로 실려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재일 한국계인 도쿄상은신용조합 김성중(51) 전 이사장의 착복 및 경영난맥상과 관련된 뉴스였다. 지면에 펼쳐진 도쿄상은의 행태는 금융업체 본연의 자세를 완전 팽개친 것이었다. 가명계좌 우회대출 장부외거래 등 금융업체가 가장 혐오하고 추방해야 할 장사 수법이 고스란히 동원됐다. 도쿄상은과 관련없다 해도 한국인들 시각에서 본다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분노가 치솟을 소식이다. 재일 한국계 신용조합중 외형에서 랭킹 2위를 달린 도쿄상은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한국계 은행 설립에 선도 역할을 맡겠다고 호언했던 업체다. 수치와 노여움을 접고 냉정히 생각해 본다면 도쿄상은의 뉴스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재일 민족금융기관의 현주소를 또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실 한국계 신용조합의 사업을 한데 모으기 위한 한국계 은행 설립은 실질적 시한이 오는 10월로 코 앞에 임박했지만 작업은 여전히 삐걱거리고 제자리 걸음이다. 은행이 문을 열면 공짜나 다름없는 1조엔대의 공적자금을 일본 정부로부터 수혈받을 수 있는데도 인가신청은 사실상 최종 예정일인 지난 5일을 또 넘겼다. 시계 바늘은 공적자금 지원 시한인 내년 3월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는데 작업을 맡은 주역들은 산고만을 거듭하고 있다. 교포사회의 반목과 불화,그리고 중심축 역할을 맡은 한국 정부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다. 은행 설립이 미뤄지는 동안 신용조합의 비리와 부실은 추가로 드러나면서 한국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고 없는 한 경제부처 국장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밥상(공적자금)차려 놓고 수저만 갖고 와 앉으라 해도 밥 먹을 생각은 않고 싸움만 하는 꼴입니다. 싸움을 말려야 할 어른(정부)은 별 관심이 없고…" 교포사회의 유일한 돈줄이었던 신용조합의 호흡이 희미해지는데도 경제적 참정권으로까지 불리웠던 한국계 은행 설립은 물거품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