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창 <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KC4304@smba.go.kr > 서울의 고궁에서 늦여름과 초가을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 경복궁 후원인 향원정이다. 경복궁을 들어가 교태전과 자경전 사이로 난 문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이 정자는 연못 안에 피는 수련의 맑은 꽃향기가 멀리 퍼져 나간다고 해서 향원정(香遠亭)으로 이름지어졌다. 향원정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는 연꽃 향기에 취한다는 뜻으로 취향교(醉香橋)로 이름지어진 것이다. 연못 둘레의 오래된 느티나무 참나무 수양버들과 연못 위로 누워있는 노송은 향원정과 한데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연못 안에는 가을이 오기 전에 서둘러 봉오리를 다 피우려는 듯 수련이 하얀 꽃잎을 활짝 열고 있다. 이 연꽃은 새벽에 피고 밤에 오므라들기를 나흘 동안 반복하다 진다. 이 꽃은 아름다운 자태,은은한 향기,고아한 품격을 지녔다고 해서 화중군자(花中君子)로 불린다. 특히 푸른 연꽃은 신의 향기를 전해주는 환생의 꽃이라고 하는데 심청이 환생한 꽃이 바로 연꽃이다. 중국 북송대의 주돈은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며 맑은 물결에 남실남실 씻기어도 조금도 요염한 빛이 없다. 속은 텅비어 욕심을 비운 사람같고 겉은 항상 꼿꼿한 몸가짐으로 서있으며 서로 넝쿨지는 일도 없고 가지를 밖으로 뻗어 세력을 확장하는 일도 없다. 은은한 향기는 멀수록 오히려 맑은데 언제나 정결하게 우뚝 서있는 모습에 위엄이 서려 있으며 멀리서 우러러 볼 수 있어도 가까이서 어루만지며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찬미했다. 향원정 연못 위의 수련 꽃에서 가을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내면의 진정한 자기를 찾고자 하는 소망이 생기는 때다. 나무가 잎과 열매를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가을을 앞두고 잠시동안 피다 지지만 우아하고 깨끗하게 사는 품격있는 연꽃을 마주하면서 연꽃같은 삶을 사는 어진 이가 많이 나와 정토사회가 이뤄지기를 소망해 본다.